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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영업이익 강소기업] (5) 111퍼센트 | 모바일게임 ‘랜덤다이스’ 대박…올 3천억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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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매출액 23억원, 영업이익 13억원. 스타트업 치고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4년이 흐른 지난해 매출액 104억원에 영업이익 43억원을 올렸다. 이쯤 되면 성장세를 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실적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6월 말 기준 누적 매출은 1000억원, 영업이익은 300억원을 기록했다. 게임개발회사 ‘111퍼센트’ 얘기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에는 매출 3000억원을 내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매경이코노미

출시 6개월 만에 누적매출액만 1000억원을 기록한 ‘랜덤다이스’.


▶111퍼센트 어떤 회사

▷김강안 대표가 20대 후반에 창업

창업자는 김강안 대표(33)다. 대학(연세대) 재학 시절인 27세 때부터 게임에 관심을 기울이다 창업했다. ‘스탬프로드’라는 회사였는데 경험 부족, 시장 외면 등으로 6개월 만에 폐업의 쓴맛을 봤다. 이후에도 여러 아이템에 도전했다 다 실패했다. 절치부심 끝에 재도전해서 창업한 회사가 지금의 111퍼센트다.

물론 111퍼센트를 창업하고도 시행착오는 많았다.

모바일 게임사업 전까지 11개 IT 관련 사업아이템에 도전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김 대표는 그 과정 속에서 많은 것들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작게 시작해서 작게 성공하라’는 경영 철칙이다.

단순한 미니 게임을 빠르게 개발하고 작게나마 성공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캐주얼 모바일 게임회사로 사업 모델을 전환했다. 이후 지금까지 약 150개 게임을 선보였다. 이 같은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걸출한 대작은 없지만 소소한 이익을 내주는 이들 캐주얼 게임은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에 서비스를 시작한 ‘랜덤다이스’란 게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랜덤다이스’는 주사위와 전투를 결합한 게임. 다양한 주사위를 설치해 몰려오는 적들을 방어하며 동시에 상대 플레이어와도 경쟁해야 하는 게임이다. 조작이 쉽고 게임 규칙이 단순하지만 불특정 다수 참여자와 경쟁해야 하는 점, 게임 시간이 짧다는 점 등의 특성 덕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입소문을 탔다. 이를 업계에서는 전문용어로 ‘실시간 대전(PvP) 디펜스 게임’으로 분류한다. 111퍼센트가 상반기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랜덤다이스 돌풍의 힘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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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퍼센트가 일하는 방식은

▷빅데이터 기반 빠른 의사 결정

111퍼센트가 급성장, 그리고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비결은 ‘스피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빅데이터 경영’으로 요약된다.

‘랜덤다이스’를 처음 기획한 이는 2명에 불과했다. 111퍼센트는 이렇게 기획단계에서 작은 조합, 일명 셀 단위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중간에 반응이 나쁘면 언제든지 프로젝트가 중단될 수도 있다. 이때 문책 같은 건 없다. 그 프로젝트를 되살릴지 아니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지는 자유다. ‘랜덤다이스’의 경우 이미 내놨던 ‘저스다이스’란 게임을 재해석해 여기에 실시간 대전 방식을 가미, 새롭게 만들어 대박을 냈다. 간단한 룰 같지만 하다 보면 생각보다 전략이 많이 필요한 게임으로 업그레이드시키다 보니 친구, 커플들이 같이 많이 즐기는 게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은 “111퍼센트는 팀원들이 자유롭게 기획하고 이를 경영진과 사심 없이 토론하면서 가볍게 시작하지만 데이터 기반으로 계속 보완해 기어이 영업이익을 내는 게임으로 변모시키는 힘이 있다. 내부에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이런 접근 방법이 빛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빅데이터 경영도 111퍼센트를 한층 강하게 하는 요소다.

111퍼센트에는 ‘재미 그래프’라는 자체 빅데이터 측정 도구가 있다. 게임 유저가 게임을 시작한 후 5분 단위로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게임 유저가 게임을 하다 폭력성을 띠는 언어를 주고받는다든지, 게임을 중단하는 등 부정적인 피드백(반응)이 많아지면 다음 5분 내에는 아이템을 획득하게 해준다거나 작은 승리를 할 수 있게 게임을 설계한다. 이렇게 게임을 내놓은 후에도 빅데이터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보완하면서 게임 완성도도 높이고 게임 체류시간도 늘리는 전략이다.

더불어 국가별 맞춤형 전략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르게 쓴다.

111퍼센트는 실리콘밸리 기반 디지털 마케팅 지원회사 ‘몰로코’와 손잡고 ‘프로그래매틱’ 마케팅 전략을 썼다. 예를 들어 각 국가별로 ‘랜덤다이스’ 광고를 소셜미디어(SNS)에서 집행하되 그 나라에서 모바일 게임에 익숙할 법한 연령대, 성별을 AI(인공지능)가 타깃(목표)을 삼아 앱 설치를 유도하도록 했다.

안익진 몰로코 대표는 “한국을 비롯 14개 국가별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적절한 시점, 적절한 형태의 광고를 노출할 수 있게 하는데 111퍼센트와 많은 논의를 거치며 전략을 고도화시킬 수 있었다. ROAS(광고비 대비 매출액)를 분석해 마케팅 비용을 최적화하고 바이럴(입소문) 마케팅 요소를 게임에 집어넣어 게임 스스로 마케팅이 되게 한 점을 높게 산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약 1000만건의 인스톨(앱 설치)을 추가 확보했고 매출을 14%, 순이익을 8% 성장시킬 수 있었다.

▶약점은 없나

▷캐주얼 게임 수명 너무 짧아

111퍼센트는 주로 모바일 기반의 캐주얼 게임이 주력이다. 대규모 롤플레잉 게임에 비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유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랜덤다이스’ 같은 히트작을 계속 내놓을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황성익 회장은 “10명 이하 인디게임사가 꽤 있는데 이들과 협업하거나 투자를 하면서 추가 히트작을 내놓을 기반을 갖출 때”라고 말했다.

111퍼센트 측도 그동안 쌓아놓은 누적 이익잉여금을 M&A, 벤처투자 등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 김강안 111퍼센트 대표

실패가 자연스러운 회사 문화가 급성장 동력

매경이코노미

Q. 실패를 장려하는 기업 문화가 인상적이다.

A 창업 초창기부터 수많은 실패를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111퍼센트는 횟수로 따지면 9번째 창업 끝에 만든 결실이다. 회사 출범 후에도 150개 이상의 게임을 출시했는데 그중에 130개가량이 손익분기를 넘기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87%의 게임이 망했다. 실패가 자연스러운 회사 문화가 정착됐고 이제 직원들도 실패에 대해서 점점 무뎌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실패할 예정이다.

Q.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면서도 투자를 안 받은 것으로도 유명한데.

A 늘 위기 속에서 생존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투자 유치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어느 게임사나 마찬가지지만 당장 눈앞에서 실패율을 줄여야 하는 게 지상과제다. 작은 문제는 많았지만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와서 큰 위기는 없었다. 회사가 적자가 나 본 경험은 없다. 앞으로도 투자 유치나 상장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대신 내년에는 창업투자사(VC)를 세워 좋은 기업에 투자하고자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랜덤다이스를 보다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추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글로벌 진출도 가속화할 것이다. 또 랜덤다이스 성공 공식에 따라 기존 게임을 재활용해 새로운 게임을 제작할 것이다. 더불어 다양한 IP(지적재산권)를 확보하고 웹툰 등 콘텐츠 분야 융복합 사업도 할 예정이다. 누구나 행복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디즈니 같은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0호 (2020.08.05~08.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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