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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대한민국에 떨어진 물폭탄

‘사람 잡은’ 대전 물난리…주민들 “건설사 배짱 공사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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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집중호우로 대전시 물난리

중구 벽화마을 침수피해, 주민 1명 사망

최근 내린 집중 호우로 대전시내 한복판에 있는 마을이 물에 잠겼다. 주민 1명은 배수 점검을 하다 다쳐 결국 목숨을 잃었다. 주민들은 “인근에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가 배수로를 막아서 물난리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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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지난달 30일 오전 대전 중구 부사동의 한 급경사지 주택가에 토사가 밀려들어와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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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대우건설이 배수로 막아 물난리"



지난달 30일 대전에는 새벽부터 시간당 80㎜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유등천 인근 저지대 마을인 중구 중촌동 벽화마을은 비 피해가 심했다. 마을 주민 오모(53)씨는 장대 빗소리에 잠이 깨자 배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집 마당에는 이미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는 집 주변 비탈진 길에서 걷다가 발을 헛디디며 미끄러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그는 병원으로 옮겼으나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지난 6일 숨졌다.

오씨는 건축 공사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경기 침체에다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생활고를 겪었다. 오씨의 부인이 밤·낮으로 봉제공장과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중학생 자녀 2명 등과 살아왔다고 한다. 오씨의 큰딸(29)은 “마을 주변에 아파트를 짓는 대우건설㈜이 배수로만 제대로 정비했어도 아빠가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가슴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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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중구 벽화마을에서 대우건설 아파트 건설현장으로 이어지는 배수로. 배수로가 막힌 채 잡초만 무성한 상태다. [사진 김형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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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아파트 건설 현장 배수로가 정비돼 있다. 주민들은 "지난달 30일 비 피해가 난뒤 건설사 측이 뒤늦게 정비했다"고 주장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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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 주택 20여 가구와 점포 3~4곳 등도 비 피해를 봤다. 인쇄용 잉크 제조업체 사무실에는 1m 이상 물이 들어차 인쇄기를 비롯해 복사기와 집기류 등이 물에 잠겼다. 이 회사 김형기 대표는 “지난 6월 11일 이후 올해 들어 3차례 당한 수해로 재산 피해액만 3억원 이상 된다”고 말했다. 인근 모터펌프서비스 가게도 농업용과 산업용 모터펌프가 물에 잠 2억9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봤다고 한다.



대우건설 "주민 주장, 잘못된 건 아니다"



주민들은 수해 원인으로 인근 아파트 건설현장의 배수관리 부실을 꼽는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대우건설㈜이 시공 중인 아파트 공사로 마을 근처 유등천으로 빠져나가는 배수로가 막혔다고 주장한다. 아파트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토사가 배수로를 막는 바람에 빗물이 하천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마을로 역류한다는 것이다. 아파트 건설현장과 마을과는 100m 정도 떨어져 있다.

잉크 제조업체 김형기 대표는 지난 6월 11일 중구청을 방문해 “공사현장 내에 우회 배수로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중구청은 대우건설 측에 ‘호우대비 중촌동 425-2번지 배수로 관리 철저’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중촌동 주택건설사업으로 배수로가 차단돼 인접 지역에 침수가 발생하였으니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수 시설물 설치 등 조처를 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주민들은 “중구청이 공문을 보내긴 했어도 배수로 확보 상황 점검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표는 피해 상황을 기록해 대우건설 대표이사에게 보내며 대책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윌로펌프 대표 최모(53)씨는 “6년째 이곳에서 펌프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큰 침수 피해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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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청이 대우건설측에 보낸 공문.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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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청 관계자는 “현장을 찾아가 점검상태를 확인하고 배수 시설물 설치 등을 요구하는 공문도 보냈다”며 “대우건설 측은 ‘알았다’고만 대답만 하고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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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이 중구 중촌동에 짓고 있는 아파트.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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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주민들 주장이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정확하게 결론이 난 게 아니다”라며 “중구청과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비가 한꺼번에 너무 많이 와 피해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은 이곳에 지하 2층, 지상 35층, 9개 동(860세대)의 아파트를 짓고 있다. 지난해 6월 착공해 오는 2022년 3월 준공예정이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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