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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靑 다주택자' 줄사표…부동산 민심역풍에 부담 컸던 듯(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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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한 채' 노영민부터 '아내 때문' 김조원까지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 책임 지겠다는 뜻"
文대통령 사표 수리 여부 미결정
청와대 인사 쇄신, 개각 불러올 수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 5명 전원이 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노 실장과 수석진의 사의 표명 이유에 대해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관련 비판여론 때문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 실장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가 말한 '최근 상황'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여론 악화를 뜻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비즈

문재인 대통령과 노영민 비서실장이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윤종인 신임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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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를 표명한 비서실 수석 5명은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등 5명이다. 이들은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현 정부에 대한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모진이 다주택자라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부동산 민심 악화에 국정지지율 반토막

서울 반포와 충북 청주에 아파트를 보유한 노영민 실장은 지난달 아파트 매각 시도 사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반포 아파트를 판다"고 했다가 45분 만에 "반포가 아니라 청주"라고 정정하면서 '똘똘한 한 채' 논란을 일으켰다.

서울 강남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김조원 수석은 서울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전용면적 123㎡)를 매각하겠다고 했으나, 같은 평형 역대 최고가보다 2억1000만원 높은 22억원에 매물로 내놓아 '시늉만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남자는 부동산을 잘 모른다"고 해 이른바 '아내 책임' 논란도 불거졌다.

두 참모진의 이런 행동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신뢰를 깎아먹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3법과 종합부동산세법 등 부동산세 3법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하면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4·15 총선 직후 70%대로 치솟았던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지난달 40%대로 내려앉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44%,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46%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날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고 한 응답자 중 33%가 그 이유로 '부동산 정책'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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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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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노 실장과 비서실 수석들의 사의 표명은 부동산 시장 혼란에 책임을 지고, 청와대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비서실장을 포함한 고위 참모들이 문 대통령에게 일괄 사표를 낸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그만큼 분위기 쇄신이 절실했다는 뜻이다. 다만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김상조 정책실장은 사표 제출에서 제외 됨에 따라 또 다른 배경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의 사의 표명으로 청와대 인사쇄신 뿐만 아니라 개각도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의 수용여부는 대통령 결정할 것"이라며 "시기 등 모든 것은 대통령이 판단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 다주택 처분 앞으로 어떻게

하지만 이런 인적쇄신에도 국민들의 실망은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번에 사의를 표명한 수석 5명 가운데 김조원(민정) 김거성(시민사회) 김외숙(인사) 수석 3명은 청와대가 "사는 집 한 채 빼고 모두 집을 팔라"고 권고한 다주택 참모 8명에 포함된다.

김외숙 수석은 부산 해운대구(전용면적 153.84㎡)와 경기 오산시(전용면적 172.73㎡)에 각각 한 채씩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 김거성 수석은 서울 은평구(전용면적 84.91㎡)와 경기 구리시(전용면적 122.58㎡)에 총 두 채의 주택을 갖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벌써부터 사의를 표명한 이들 수석에 대해 "사표를 냈으니 이제 집을 팔지 않아도 된다"는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

미래통합당 황보승희 의원은 "결국 집이 최고"라며 "집값 잡겠다고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더니 부동산 불패(不敗)만 입증하고 떠난다"고 했다. 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강남 두 채' 김조원 수석은 결국 '직'이 아닌 '집'을 택했다. 내놓은 집이 안 팔려서 1주택자를 못한다던 김외숙 인사수석도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주택자로 남게 됐다"며 "이번 발표를 보면 대충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보여주기식 꼬리 자르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지난달 초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 8명에게 다주택자인 경우 1주택을 제외하고 7월 말까지 처분하라고 했다. 김조원·김거성·김외숙 수석이 사의 표명을 한 데 따라 다주택 참모진은 황덕순(일자리), 여현호(국정홍보)비서관, 이지수(해외언론)비서관, 이남구(공직기강)비서관, 석종훈(중소벤처)비서관 등 5명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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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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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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