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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윤석헌 한마디에…'점포축소' 셈범 복잡해진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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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은행 영업점 점포 축소 '속도조절'을 언급하면서 은행들의 '비대면(언택트) 확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비용절감과 코로나19(COVID-19)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비대면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지만 금융당국의 지적도 무시할 수는 없어 '셈법'이 복잡해졌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상반기 중 영업점 126곳의 문을 닫았다. 하반기에도 총 40개 지점의 문을 추가로 닫을 예정이다.

하지만 윤 원장이 최근 금감원 간부회의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 수를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하반기 점포 감축 계획이 축소됐다.

금감원은 윤 원장이 이 발언을 하기 전에 시중은행들에게 점포 폐쇄계획 등의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점포 축소 계획을 파악해 본 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나온 발언이라는 의미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대강당에서 열린 은행사칭 대출사기ㆍ불법대출광고 스팸문자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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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점 통폐합 계획을 수정했다. 하반기 통폐합 영업점 수를 은행당 10개 안팎으로 하향 조정했다. A은행 관계자는 "비효율적인 점포는 줄이는 것이 맞지만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일단 통폐합 점포 수를 최소화한 상태"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중은행의 점포 축소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 합병하면서 위치가 겹치는 지점들이 많아져 순차적인 점포 통폐합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위치가 인접한 점포를 통합하고 새로운 곳에 새 점포를 내고 있다. 방문 고객 수가 줄어든 영업점 위주로 통폐합을 진행해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2020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 기반 강화를 강조하며 '비대면'과 '디지털 혁신'을 구체적으로 현장에 적용 시킬 방안을 찾도록 주문했다. 점포통폐합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영업점을 유지하는 데 드는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를 고려하면 최대한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초저금리로 수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점포를 계속 운영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은행 지점 대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앱을 통해 처리할 수 있어서다.

B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디지털과 언택트를 추진하라고 하면서 동시에 점포 수를 줄이는 것은 속도 조절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며 "당분간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탄력점포 운영 등의 대안을 마련하면서 최대한 순차적으로 영업점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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