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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이슈 대한민국에 떨어진 물폭탄

    10년간 물난리 300번 겪고도…수해 참사 부른 `3대 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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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 복구가 아닌 영구 복구를 지향해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

    꼭 10년 전인 2010년, 나라의 안살림을 책임지던 맹형규 안전행정부 장관은 반복되는 재해의 악순환을 끊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10년간 하천 급류와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가 전체 풍수해 인명 피해 중 70%에 달한다는 통계치를 인용하며 단순 땜질식 원상 복구에서 벗어나 영구적 복구를 약속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풍수해 피해는 여전하다. 7일 재해연보에 따르면 최근 10년(2009~2018년) 동안 295회의 심각한 비 피해가 발생해 재산상 피해 2조9506억원이 발생했다. 295회 중 태풍이 127회, 호우가 137회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비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회당 평균 100억원의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이달 1일부터 일주일가량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만 봐도 2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나오고 실종과 부상자 10여 명이 발생했다. 6개 시도, 1400여 가구에서 이재민 2500명이 발생했다. 1시간 동안 비를 퍼붓다 멈추는 독특한 패턴의 게릴라성 폭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장마와 태풍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재해이지만 독특한 기후·강우 형태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기상청의 부실한 예측 능력, 해마다 반복되는 물 피해 지역에 대한 땜질식 복구 조치, 난개발 등이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는 지난 5일 내린 집중호우로 한탄강 지류인 한탄천이 범람하면서 완전히 물에 잠겼다. 물이 빠지고 난 마을은 진흙, 잔해물 등으로 쑥대밭이 됐다. 이 마을은 1996년과 1999년에 이어 벌써 3번째 침수 피해를 입었다. 임성빈 이길리 이장은 "제방 등으로 수해를 잘 버텨오다 다시 물바다가 됐다"면서 "과거보다 비가 잦아지고 양도 많아지면서 기존 시설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폭우의 최대 피해 지역인 충북 음성군 삼성면 역시 2017년 7월에 이어 3년 만에 또 시가지 전체가 물에 잠겼다. 주민들은 "상습 침수지역인데도 당국이 제때 하천을 정비하지 않아 또 물난리가 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장마 초입인 지난달 23~24일 침수 피해로 주택 70채가 물에 잠긴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오포리도 마찬가지다. 과거 두 차례 수해 때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피해가 커 하천 정비와 배수펌프 용량을 늘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기습 폭우에 대비해 사전 준비 시간을 벌어줘야 할 기상청은 미흡한 예측으로 '오보청' '기상중계청'이란 오명을 써야 했다. 대당 수백억 원에 달하는 슈퍼컴퓨터 4대, 기상관측 전용 위성도 제 몫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게릴라성 폭우를 계기로 자연재해 대책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강우량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하수나 배수시설 용량을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강우량이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태양광 시설 등 난개발까지 심해지면서 산사태 등 재해 우려가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춘천 의암댐 보트 침몰 사고 현장을 방문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상황이 수습되면 댐 시설 노후화와 자연재해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댐 안정성 강화 사업, 스마트 안전관리 체계 구축 사업 등 댐 안전대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홍구 기자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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