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4000명 투자한 P2P 업체 폐업… 全직원 권고사직에 대표는 잠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산 담보 전문 P2P(peer to peer·개인간) 대출업체 ‘블루문펀드’가 돌연 문을 닫았다. 모든 직원은 하루아침에 권고사직을 통보 받았고, 대표는 잠적 상태로 연락이 두절됐다.

7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블루문펀드는 전날 "회사 사정을 이유로 운영이 불가하니 전 직원을 권고사직 처리한다"며 "그동안 수고한 직원들의 급여는 정산해 입금시켜줄테니 당장 퇴근할 것"이라고 전 직원에게 통보했다. 현재 서울 강남구 블루문펀드 사무실은 잠긴 채 비어있는 상태다. 김모(42) 대표는 지난달 말까지 출근을 하고 여름휴가를 낸 뒤 돌아오지 않은 채 잠적했다.

조선비즈

블루문펀드 홈페이지 캡처



블루문펀드 자체 공시에 따르면 현재 대출잔액은 576억6030만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블루문펀드에 돈이 묶인 피해자가 약 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했다. 블루문펀드의 계좌를 관리하는 전자결제업체 페이게이트는 이상징후를 포착한 뒤 이날 이 회사 관련 계좌의 출금을 정지시켰다.

2018년 설립된 블루문펀드는 온라인 유통업자 등을 상대로 분유·수산물·마스크팩·커피선물 세트·골프웨어 등 재고를 담보로 잡은 뒤 투자자 자금을 모아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영업해왔다. 한 투자자에 따르면 이곳 P2P 대출 상품은 3개월 만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들어 6개월 만기 상품이 늘어났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은 블루문펀드의 이상징후를 수개월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지난 3월 현장검사를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자금 유용·투자금 돌려막기 등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블루문펀드의 대표 잠적과 직원 해고 등 동향에 대해 파악하고는 있다"며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통상 범죄 혐의가 포착된 P2P업체의 경우 검찰·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막아왔으나, 블루문펀드를 고발했는지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금껏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P2P업체들은 17곳에 달한다.

P2P 카페 등을 통해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법적 대응을 준비하거나, 블루문펀드 홈페이지와 연계된 재고 창고 CC(폐쇄회로)TV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면서 담보로 잡힌 물품이 빼돌려지지는 않는지 살펴보고 있다.

오는 27일 P2P업체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 시행을 앞두고 P2P업계에선 잡음과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달 팝펀딩 대표 신모(47)씨 등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데 이어, 지난 7일에는 넥펀 대주주인 넥스리치홀딩스 대표 이모(46)씨가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금감원은 부실 P2P업체를 사전에 걸러내기 위해 현재 1차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240여개 P2P업체에 "대출채권에 대한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를 26일까지 제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법 시행 이전에 가짜로 대출채권을 만들어 투자금을 횡령하거나 ‘돌려막기’ 방식으로 운용되는 부실업체들을 미리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조사 결과에 따라 부실 업체를 대부업으로 전환하거나 폐업을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출기한이 좀 남아있기 때문에 현재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업체는 한자릿수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수조사를 계기로 일부 우량 P2P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가 한꺼번에 폐업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