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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수사권 조정’ 시행안, 원칙 훼손 안되게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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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법무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안을 입법예고한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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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의 대통령령 입법예고안이 7일 발표됐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이들 법안에 대한 구체화 작업의 중간 결과물이다. 경찰은 애초 법 취지와 달리 검찰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직 이기주의적인 측면도 없지 않겠으나, 일부 내용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권력기관 개혁의 원칙은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의 분산과 상호 견제장치 마련이다. 기소권을 독점하면서도 수사권까지 광범위하게 행사해온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줄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개정된 법은 이를 주요 공직자의 부패범죄, 일정 액수 이상의 경제범죄 등 중요 범죄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령 입법예고안에선 ‘사건 수사 중 이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더라도 이미 구속·압수·수색·검증 영장을 발부받은 경우는 계속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는 영장 청구 권한을 독점한 검찰이 직접수사 범위에 속하는지 불분명한 사건을 선점하는 등 수사권을 확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또 중요 범죄의 구체적 규정을 법무부령에 다시 위임한 것은 법무부와 검찰 뜻대로 수사 범위를 확장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와 함께 검찰·경찰의 상호협력과 수사준칙에 관한 대통령령의 해석 및 개정 권한을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공동으로 주관해야 한다는 경찰 쪽 의견도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경찰도 1차 수사기관으로서 위상이 강화되면서 인권 침해나 권한 남용의 여지가 커지는 만큼, 제도적 통제 장치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가령, 검찰의 재수사 요구 등에 대한 경찰 쪽의 반대 논리는 국민의 인권 보호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수사권 조정이 성공하려면 경찰의 수사 자율성과 검찰의 인권 감독 기능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번 대통령령은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형사사법 체계의 커다란 변화인 만큼 혼란이 초래되지 않도록 정교한 준비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우선 과제인 검찰 개혁은 물론 범죄 대응과 국민 인권 보호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입법예고 기간에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충실히 보완 작업을 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권력기관 개혁의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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