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기록적인 폭우로 북측이 황강댐 방류 사실을 통보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북측은 아예 묵살했고, 우리 정부는 제대로 된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북한은 2009년 9월 6일 새벽 황강댐 물을 방류해 하류 연천군 주민 6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남북은 황강댐 물을 방류할 때는 우리 측에 사전 통보하기로 약속했고, 북측은 이듬해 3차례 사전 통보했으나 그 뒤로는 예고 없는 방류가 계속되고 있다.
적대국 간에도 상·하류 홍수 관리 약속은 지켜지는데 같은 민족인 남북한이, 그것도 한 번 큰 피해를 입힌 뒤 했던 약속도 지키지 않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북으로부터 사과나 사전 통보 약속도 받아내지 않은 채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1000만 달러(약 120억 원)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다.
이번 지원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 취임 이후 첫 대북 지원 결정이다. 영유아와 임산부, 수유부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모든 일에는 때와 순서가 있다. 댐 무단 방류에 대해 이 장관은 “유감”이라고 하면서도 “과감하고 통 큰 결단으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항의하고 경고해야 할 일을 부탁하는 듯한 저자세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보다 북한 비위 맞추기가 우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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