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세계는 지금](12)텍산(Texan)의 에이치이비(H-E-B) 사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공동으로 세계 주요 국가들에 주재하고 있는 무역관장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해당 국가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소식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기업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세계는 지금’ 연중기획은 올해 말까지 연재됩니다.


이데일리

[윤태웅 KOTRA 달라스 무역관장] 외국인으로 텍사스에서 살면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텍산(Texan)이라는 조금 낯선 단어가 들린다. 알고 보니 뉴요커(Newyorker)와 더불어 미국에서는 텍사스 사람을 의미하는 고유명칭이 된지 오래다.

텍산의 가장 큰 특징은 텍사스에 대한 자부심이다. 그들은 전 세계 어디에 가서든 “어디에서 오셨나요?”라는 물음에 “미국”이라는 대답 대신에 “텍사스”에서 왔다고 할 것이다.텍산의 자부심은 기업 사랑으로까지 이어진다. 우리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The Dallas Cowboys, Southwest Airlines, Shiner, Buc-ee’s, Dr pepper, Bluebell, H-E-B와 같은 브랜드를 모르면 텍사스에서는 금방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만다.

이 중에서도 텍산의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기업을 꼽자면 에이치이비(H-E-B)이다. 월마트, 코스트코(Costco)와는 달리 우리에게는 아무래도 H-E-B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H-E-B는 1905년에 설립되어 2019년에는 포스브(Gorbes) 민간기업 규모 11위까지 성장한 대형 유통기업이다.

창업자 막내아들의 이름을 딴 회사명은 어느새 ‘Here Everything’s Better(모든 것이 이 곳에서 더 뛰어나다)‘라는 이미지로 텍산의 마음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한때 월마트(Walmart)는 강력한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앞세워 H-E-B가 점유한 시장공략에 나섰다가 텍산의 변함없는 H-E-B 사랑에 그만 물러나야 했다.

H-E-B가 텍사스의 자부심이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H-E-B는 지역 내 공급망을 최대한 이용해 또띠아 칩, 바비큐 소스, 매운 케첩 등 텍산 맞춤형 제품을 제공한다. 이에 더해 H-E-B는 초강력 허리케인과 최근 코로나19 등 지역사회가 큰 곤경에 처할 때마다 소비자와 직원을 우선시하여 전체 피해 복구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사회적 기업으로의 명망이 높다.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던 2020년 3월, 팬데믹으로 힘든 위기 상황 극복을 독려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직원들의 시간당 임금을 2달러씩 추가 지급했으며 6월에는 코로나19 위기의 지속이 언제까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보여준 노력과 헌신에 보답하기 위해 한시적이 아닌 영구 임금 인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H-E-B는 ‘18년 기준으로 매출이 280억 불로 우리 국내 유통 3사를 합친 금액을 넘어서고 매장 수는 400여 개에 달하는 대형유통기업이다. 미국 50개 주 중 유일하게 텍사스에서만 매장을 운영하고 있음에도(해외에는 멕시코 55개 매장) 불구하고 2019년 미국 소비자 선호도 종합평가에서 미국 전체 주에 매장을 보유 중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와 아마존(Amazon)을 능가하는 브랜드 파워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마존에 우리가 많이 들어본 홀푸드(Whole foods,Amazon이 2017년에 인수)가 있다면 H-E-B는 센트럴마켓(Central Market)을 자회사로 운영 중이다. 홀푸드와 경쟁 관계에 있는 센트럴마켓은 중상위 소득층을 타깃으로 한다.

매장은 주로 중상류층이 거주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유기농과 같은 프리미엄 제품은 기본이다. 다른 매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세계 각국의 특색있는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해 홀푸드와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 텍사스의 기업을 장황하게 소개한 이유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인들이 H-E-B의 ‘차별화’와 ‘꾸준함’에 주목해야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오프라인 대형 유통망은 이미 촘촘하게 짜여진 구매망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더군다나 전 세계에서 모여든 좋은 품질과 적정 가격으로 무장한 경연의 장에서 우리 제품은 가격 경쟁력 부족으로 점점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우리 소비재가 가진 혁신성을 바탕으로 센트럴마켓과 같은 틈새시장에 진입하고 소비자의 인지도를 먼저 쌓아 나가야 한다. 이후에 모회사인 H-E-B까지 진출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을 것이다.

올해 10월, 센트럴마켓에서 한국 상품 팝업스토어(Korean Popup)가 차려진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 중소기업 20개사의 제품도 판매될 예정이다. H-E-B가 지난 115년 동안 해 왔던 그 꾸준함과 같이 소비자의 마음을 두드리다 보면 우리 기업의 제품들도 텍산의 마음에 자리 잡고 사랑을 듬뿍 받게 될 그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