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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변화하는 기업들]사라지는 정기 공채..“필요할 때 채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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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상시 채용 전환 기업 확대

현대차 이어 SK·LG·KT 등 주요 대기업 줄줄이 동참

대졸 지원자 부담 크게 늘어..채용 규모도 축소 전망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4차 산업혁명과 뉴노멀 시대, Z세대 등장, 글로벌 무역분쟁 심화 등 최근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 기업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달라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각오로 마치 매순간 숨쉬는 생명체처럼 변화 중입니다. 경영과 비전부터 문화와 채용, 그리고 복지와 사회공헌 등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모든 요소에서 변화가 이뤄지고 있죠. 이러한 변화를 읽어야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기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편집자 주>

채용은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경쟁력 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재를 조직에 끌어들여야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죠. 능력 있는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기업은 항상 고민합니다. 어떤 현명한 방법으로 채용을 진행해야 좋은 직원을 가려낼 수 있는지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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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고시’로 불리는 삼성그룹 대졸 정기 공개채용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합성평가(GSAT)를 마친 지원자들이 서울권 고사장 가운데 한 곳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정문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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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였던 대규모 공채..상시 채용으로 전환 추세

국내 대기업 사이에서는 매년 상·하반기로 진행하는 대규모 정기 공개채용(공채) 제도가 그간 ‘대세’였습니다. 거대 그룹 차원에서 한 번에 대규모 인력을 선발해 각 계열사에 투입하는 방식이었죠. 짧은 시간에 가장 효율적으로 수백, 수천명의 인력을 선발해 투입할 수 있다는 게 공채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기수를 매기고 연차에 맞는 교육을 진행하는 등 손쉽게 인력 관리도 할 수 있죠.

하지만 최근 들어 대기업이 줄줄이 공채 대신 수시(상시) 채용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2019년 현대자동차(005380)가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상시 채용을 선언한 데 이어 SK(034730)와 LG(003550), KT(030200) 등 여러 대기업이 그룹 내 상시 채용을 도입키로 했습니다.

이들이 공채를 폐지하고 상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것은 기존 공채 제도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기존 공채로는 전문성 높은 인재를 필요한 시기에 선발하기 어렵다고 느낀 것이죠.

상시 채용은 시기나 절차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 인력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공고를 내고 채용하는 방식입니다. 채용 시 공채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출신 학교와 영어 성적 등 스펙이 아닌 실제 업무에 필요한 직무역량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죠. 그룹 인사팀이 아닌 해당 현업 부서에서 주도적으로 인력을 뽑게 됨에 따라 업무와 꼭 맞는 전문성 있는 인재 선발이 가능합니다. 또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채용을 실시하지 않아도 돼 불필요한 비용 지출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상시 채용은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기업에는 보편적인 채용 방식입니다.

업계에서는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향후 상시 채용이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전문성 있는 인재 선발과 적재적소 배치, 탄력적 인력 수급 등 여러 장점을 가진 상시 채용을 확대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할 것이라는 분석이죠.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기업의 상시 채용 전환을 더 부추길 것으로 보입니다. 대규모 인력을 대상으로 필기시험과 면접 등을 일제히 진행하기에는 집단 감염 확산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기업들은 코로나19에 대응해 상시 채용뿐만 아니라 온라인 시험과 면접 등 비대면 채용을 진행 중입니다. 삼성그룹은 ‘삼성고시’로 꼽히던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LG그룹은 온라인으로 인·적성 검사와 화상면접 등을 실시하는 비대면 채용 프로세스를 도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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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신입·경력 직원 상시 채용을 위해 화상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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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 부담은 다소 커져..“직무능력 쌓아야”

이처럼 기업 채용 제도 변화에 따라 채용을 준비하는 지원자의 대응도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그간 익숙했던 공채보다 상시 채용에서의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졸 공채의 경우 대학을 갓 졸업한 지원자가 합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상시 채용에서는 전문성을 중시하므로 해당 직무 경험 등이 있는 인재를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직무기술을 갖추지 못한 지원자의 합격 가능성은 낮아지기 마련입니다. 경험이 일천한 대졸자보다는 다른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중고 신인’이 상시 채용에서는 돋보일 전망입니다. 채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 스펙보다는 직무와 연관된 경험을 쌓고 이를 부각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 LG 등 일부 대기업은 상시 채용에서 인턴십 전형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채용 과정에서 약 4주의 인턴 기간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겠다는 것인데요. 직접 현장 업무에 투입해 직무적합도가 높은 인재를 뽑겠다는 것으로 기존보다 지원자의 부담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특히 업계에서는 기업의 상시 채용 확대로 인한 채용 규모의 축소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매년 일정 수준의 대규모 인력을 선발해온 공채와 달리 상시 채용은 기업이 꼭 필요할 때만 사람을 뽑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우려에 일부 기업은 “채용 규모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데요. 하지만 업계에서는 상시 채용 확대에 따라 기업 채용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세용 KG에듀원 내일취업코칭스쿨 코치는 “기업의 상시 채용 확대에 따라 지원자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원할 산업과 기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인턴 등의 경험도 필수적”이라며 “기존에는 여러 기업을 목표로 준비했다면 이제는 관심 있는 기업을 좁혀 맞춤형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수백, 수천명을 뽑는 공채와 달리 상시 채용은 많아도 수십명 정도를 선발하기 때문에 지원자가 현실적으로 눈높이를 맞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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