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의암댐 비극 두고 靑청원 잇따라…“사고진상 낱낱이 밝혀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의암댐 선박 전복 사고 발단이 된 인공 수초섬이 7일 오후 강원 춘천시 의암댐 상류 신연교에 걸려 있다. 연합뉴스


3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된 강원 춘천시 의암호에서 발생한 선박 전복 사고와 관련해 이재수 춘천시장의 사퇴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왔다. 사고의 발단이 된 인공수초섬 작업 지시 여부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아내의 출산으로 특별휴가 중에 작업에 나섰다가 실종된 이모(32) 춘천시 주무관에 대한 사연은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8일 국민청원에는 ‘춘천 의암호 사고에 대하여 춘천시장의 사퇴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사전동의 100명을 훌쩍 넘었다. 청원인은 “이번 사건은 정확한 인재(人災)”라며 “소양댐과 의암댐 수문 개방으로 물살이 평소보다 10배가량 빠름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작업을 진행하게 했으며 설상가상 휴직 중이던 공무원도 현장으로 출동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물살에 강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데 이런 서글프고 화나는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 누구의 지시도 없었다는 황당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그렇다면 춘천 행정 수반인 이재수 시장님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16억짜리 인공 수초섬이 사람 목숨보다 소중합니까?”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50일 된 아기를 뒤로한 채 육아휴직 중에 업무를 위해 달려 나간 아버지는 무슨 연유로 아직 소식이 없느냐”며 “관계자 모두 폭탄 돌리기를 한다면 결국 춘천의 최고 책임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박 전복사고 실종자 중 한 명인 이 주무관은 출산휴가 첫날 업무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한 새내기 공무원이다. 춘천시와 실종자 가족 등에 따르면 임용된 지 18개월여가 된 이 주무관은 50여일 전 아내의 출산으로 특별휴가 중에 작업에 나섰다가 실종됐으며 사고 발생 사흘째인 이날 오후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세계일보

지난 6일 강원 춘천시 의암댐 상류지점에서 북한강에서 급류에 떠내려가는 수초섬을 고정 작업하던 민간 고무보트와 춘천시청 행정선(환경감시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이들 선박은 급류에 휩쓸려 댐 수문으로 빨려 들어갔고, 경찰과 소방, 육군 등이 이틀째 실종자를 수색 중이다. 이상민·김보건 춘천시의원 제공 영상 캡처


이 주무관의 가족들은 사고 전 차량 블랙박스에 저장된 대화 내용을 토대로 인공 수초섬 작업을 지시한 사람이 있다고 주장하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춘천시도 해당 주무관이 출산휴가 중임에도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주무관의 가족들은 이날 사고수습대책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 주무관이 6일 사고가 나기 전 집에서 수초섬으로 이동하는 차량 안에 달린 블랙박스의 녹음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사고 당일 이 주무관이 집에 있다가 누군가와 통화를 한 뒤 급하게 수초섬이 있는 현장으로 나갔다”며 “상사 등 누군가의 지시를 받지 않았으면 휴가 중인 아이가 왜 나갔겠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블랙박스에는 당일 오전 10시44분쯤 이 주무관이 “미치겠네 미치겠어. 혼자만 또. 나 또 집에 가겠네. 징계 먹고”라고 혼잣말을 하며 흐느끼는 음성도 담겨있다고 가족들은 설명했다.

세계일보

8일 강원 춘천시 서면 의암댐 하류에서 실종자가 숨진채 발견돼 구조대가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이번 사고로 경기 가평 남이섬 선착장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근로자 이모(68)씨의 가족도 전날 “고인이 되신 분들이 억울하시지 않도록 나라에서 (진상을) 낱낱이 꼭 밝혀달라”고 청원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아빠는 나이에 비해 젊고 건강한 편이었으며 책임감이 너무 강해 몸도 사리지 않았다”며 “강을 보니 흙탕물의 물살은 너무 거세고 수문까지 열려 있었는데 그 상황이 조그마한 배를 타고 들어가 일을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썼다. 이어 “수문이 열리면 집 한 채도 빨려 들어갈 정도라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작업을 한 게) 말도 안 되고 너무 억울하다”며 “시에서 시킨 짓이 아니라면 누가 뛰어들겠느냐”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아빠의 억울함이라도 꼭 풀어드리고 싶다”며 “우리 아빠 살려놓으세요”라고 글을 끝맺었다.

세계일보

의암댐 선박 전복 사고가 발생한지 사흘째를 맞은 가운데 8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의암댐 하류 경강대교 인근에서 전날 발견됐던 경찰정 인양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오전 11시34분쯤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인공 수초섬 고박 작업에 나선 민간 고무보트와 춘천시청 환경감시선,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전복됐다. 이 사고로 7명이 실종돼 이날 현재까지 1명이 구조되고 3명이 숨진 채 발견됐으며 3명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