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작
사람의 형상 아닌 사람 자세 그리려 해
"경험 소중하게 여기는 삶에 관한 태도"
임민성 ‘뒷모습-형상없는 미술관’(사진=갤러리도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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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광활한 벽 앞에 바짝 다가서 있는 한 여인. 저이가 바투 보고 있는 게 무엇인지, 눈은 감고 있는지 뜨고 있는지, 차라리 보지 않으려 ‘면벽’을 하고 있는 건지. 하지만 여기까지다. 벽과 바닥, 뒷모습의 여인 외에 그림은 더 이상 아무것도 내주질 않는다.
초상 혹은 그만큼 세밀하게, 여인을 다양하게 묘사해온 작가 임민성이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은 ‘사람’ 그림이다. 슬쩍 비치는 옆 표정이라도 빼내는 작가가 어느 한때 작정한 듯 등만 보였던 작품들에 속하는 한 점이지 싶다. 하고 싶은 말을 얼굴에 가득 품은 여인을 화면의 중심에 내세우는 근작과는 완연히 다른 세계. 회색톤 가득한 저 공간에서 여인은 아니 사람은 차라리 입을 다물었다.
작가가 유독 아낀다는 작품 ‘뒷모습-형상없는 미술관’(2014)은 사람의 형상이 아닌 사람의 자세를 그린 거란다. “어느 누군가가 살아가면서 쌓이는 경험을 소중하게 여기는 삶에 관한 태도”라고. 결국 자세니 태도니 하는 건 앞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일 터. 거대한 미술관에 그림 대신 세운 왜소한 뒷모습으로, 작가는 가장 겸손한 자기성찰을 말하려 했나 보다.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도올서 여는 개인전 ‘자연과 인간’에서 볼 수 있다. 리넨에 오일. 91×72.7㎝. 작가 소장. 갤러리도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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