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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545㎜ ‘물폭탄’이 부른 비극… 산사태 덮친 주택서 부부 숨진 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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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 시간당 70mm 폭우 쏟아져… 제방 붕괴도

익산~여수엑스포역 구간, 열차 운행 재개

폭우에 지반 약해져… 시간 지날수록 피해 규모 늘듯

세계일보

8일 오후 전북 장수군 번암면 교동리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주택을 덮쳤다. 소방당국이 굴착기 등을 동원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주말인 8일 전북 전역에는 최고 5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제방 붕괴, 침수 등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장수에서는 갑작스러운 산사태로 흙더미가 주택을 덮쳐 집 안에 있던 부부가 흙더미에 매몰돼 숨졌다.

9일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40분쯤 전북 장수군 번암면 교동리에서 산사태로 매몰된 주택 내부에서 A(61·남)씨와 B(59·여) 부부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3년 전 퇴직해 서울에서 장수로 귀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거주한 주택은 전날 오후 4시42분쯤 집중호우로 산비탈에서 흘러내린 흙더미에 매몰됐다. 이에 소방당국은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인지 6시간여 만에 이들을 발견했으나,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이들 외 추가 매몰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를 비롯한 전북지역은 지난 7일부터 시간당 7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속출했다. 전날 오후 1시쯤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에서는 금곡교 인근 제방이 붕괴해 일대 마을 70여 가구가 물에 잠겨 주민 300여명이 인근 초등학교 등으로 긴급 대피했고, 같은 날 오전 4시쯤 남원시 산동면 대상리에서는 산비탈 토사가 무너져내려 마을 주민 60여명이 대피했다.

임실군 덕치면 섬진강 하류 일대 마을도 섬진강댐 방류로 마을 길이 끊기는 바람에 주민과 관광객 등 90여명이 한동안 고립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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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전북 장수군 번암면 교동리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주택을 덮쳤다. 소방당국이 굴착기 등을 동원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도로·선로 파손과 침수도 잇달았다. 전라선 익산∼여수엑스포역 구간은 전날 오전 10시부터 동산∼전주 구간 선로 침수와 곡성∼압록역 구간 교량 수위 상승으로 KTX와 일반 열차 등 모든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가 하룻만인 이날 오전 5시10분 하행선 첫차부터 재개됐다.

또 전날 오전 7시30분쯤 순천∼완주 고속도로 하행선 사매3터널 입구에서는 토사가 쏟아져 차량을 덮쳐 운전자와 탑승자 등 4명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이 구간을 지나는 차량을 오수나들목 17번 국도를 통해 남원나들목과 서남원나들목으로 우회시키고 응급 복구 작업을 벌였다. 같은 날 오전 10시45분쯤 대전∼통영 고속도로 하행선 덕유산 톨게이트 인근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차량 통행이 부분 통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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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1시쯤 전북 남원시 금지면 지석리 금곡교 인근 섬진강 제방 100여m가 붕괴해 도로가 끊겼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전북도는 이틀 간 집중호우로 주택 침수 473가구, 산사태 84곳, 도로유실·파손 43곳, 하천·제방·저수지 붕괴·유실 27곳, 축사 침수 56곳, 농경지 침수 7883㏊ 등 모두 810여건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폭우로 지반이 약해져 축대 등이 무너지고 저지대와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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