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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美, 캐리 람 등 제재 착수… 中 “파렴치한 패권행동”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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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홍콩보안법’ 난타전 계속

美, 중국·홍콩 관리 11명 제재 결정… 미국 내 자산 동결되고 거래 금지

므누신 “홍콩 자율성 훼손에 책임” 中 “역사 치욕기둥에 박힐 것”성명

홍콩 “中 내정, 노골·야만적 간섭”… 금융기관에 美제재 불응 압박도

美 보건장관 中 반발에도 대만行, 단교 후 첫 장관 방문… 갈등 최고조

세계일보

미국과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놓고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을 선언한 데 이어 중국과 홍콩 관리들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중국은 “역사의 ‘치욕 기둥’에 영원히 박히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홍콩 주재 글로벌 금융기관에 미국의 제재를 따르지 말라고 압박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을 비롯해 홍콩과 중국 관리 11명을 제재했다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이들은 홍콩 자율성을 훼손하고, 홍콩 시민의 집회 및 표현의 자유를 훼손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람 장관을 겨냥해 “홍콩 자유와 민주 절차를 억압하는 중국 정책을 이행하는 데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로 제재 대상자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거래도 금지된다. 이번 제재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홍콩 정상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따른 후속조치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중국 정부는 강력히 반발했다. 9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은 즉시 성명을 내고 “이번 제재 결정은 난폭하고 파렴치한 패권 행동이며, 반드시 역사의 ‘치욕 기둥’에 영원히 박히게 될 것”이라고 비판을 쏟아 냈다. 홍콩 정부도 8일 성명에서 “중국 내정에 대한 노골적이고 야만적인 간섭”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콩 금융당국은 관내 금융기관을 상대로 미국 제재에 따르지 말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중국 중앙방송(CCTV) 등에 따르면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관내 금융기관에 “유엔 결의가 아닌 미 제재는 국제 제재가 아니다. 홍콩 내에서 법률적 효력이 없다”며 미국의 요구에 불응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미국 재무부의 제재가 미국 본토를 넘어 홍콩에까지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 정부의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홍콩 주재 한스컴 스미스 총영사가 최근 야당 정치인들을 만난 뒤 홍콩보안법상 ‘결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미 총영사 측과 홍콩 정부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세계일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 7일 정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을 듣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8일 미 홍콩·마카오 총영사관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홍콩보안법은 규정이 불명확하고 적용 가능성이 광범위한 가혹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또 “민주주의 지지자를 침묵시키고, 공포와 자기검열 분위기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정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강력한 불만과 반대를 표한다”고 맞대응했다. 이어 “홍콩보안법이 규제하는 것은 외세가 홍콩을 이용해 분열·전복·침투·파괴 활동을 벌이는 경우로, 정상적인 교류 활동과 명확히 구분된다”고 반박했다.

9일에는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을 방문하면서 미·중 갈등이 더 고조됐다. 에이자 장관은 미 고위급 인사로는 41년 만에 대만 땅을 밟았다. 1979년 미국이 대만과 단교한 이후 첫 장관 방문이라 ‘하나의 중국’을 강조해 온 중국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상무위원 등 공산당 지도부가 민감한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 회의를 시작한 것 같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면서 미·중 보복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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