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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금주의 역사-8월10~16일] '그리니치 제국'의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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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5년 8월10일 영국의 찰스 2세가 ‘왕립 그리니치 천문대’를 건립한 것은 어딘지 대영 제국의 도래를 알리는 천기의 작용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당시 영국은 여러 면으로 절박한 사정이어서 얼핏 한가해 보이는 그런 일을 염두에 둘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불과 26년 전인 1649년의 청교도 혁명으로 찰스 1세가 단두대에서 처형될 때 아들인 찰스 2세는 망명 신세였다. 올리버 크롬웰이 죽은 뒤에야 왕정복고는 이루어졌으나 어려움이 산적해 있었다. 우선 찰스 1세를 몰락시킨 종교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닌 데다 흑사병과 가뭄의 재해까지 겪고 있었다. 보다 큰 문제는 네덜란드와 무역패권을 걸고 3차에 걸친 영란(英蘭)전쟁을 치렀으나 신통한 전과를 올리지 못한 점이었다.

그런 상황이기에 그리니치 천문대를 세운 것이 대제국의 웅지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결국 영국은 그런 천문학 부문의 투자를 통해 항해의 안전을 확립하고 그 여세를 몰아 식민지 개발에서 선두를 달리게 된다. 영국은 1851년 그리니치 천문대의 경도를 관통하는 자오선을 본초자오선으로 정했고 1884년 세계만국지도협회는 이를 승인했다.

그뿐 아니라 1925년부터는 그리니치 상공의 태양을 기준으로 그리니치 표준시(GMT)도 제정돼 그리니치는 지구의 시공에서 기준이 되고 있다.

GMT가 제정될 무렵부터 영국의 제국주의는 빛이 바래기 시작해 이제는 대영제국이라는 말도 어색하지만 ‘그리니치’의 위상은 건재하다.

실은 GMT도 지구의 자전시간이 점차 느려지는 오차로 협정세계시(UTC)에 세계표준시의 자리를 내준 셈이나 그 편차가 크지 않아 아직도 GMT라는 용어는 건재해 있다.

본초자오선도 원래보다 동쪽으로 100m 변경됐으나 아직도 관광객들은 원래의 자오선에서 동서양을 동시에 두 발로 밟는 기분을 만끽한다.

양평(언론인)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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