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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사설] 어설픈 대응과 난개발이 폭우 피해 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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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0여 일 계속된 장마 기간의 집중호우로 9일 오전 기준 50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태풍이 한반도를 덮치지 않았는데도 작년 한 해 풍수해 인명 피해 17명(잠정)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났던 2011년 호우와 태풍으로 78명이 사망·실종된 이후 9년 만에 최대 피해다. 설상가상으로 제5호 태풍 '장미'가 오늘 오후 남해안에 상륙한다고 하니 더 걱정스럽다.

장마와 태풍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자연재해다. 하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물난리를 충분히 막지 못하고 피해를 키운 것은 어설픈 대응과 난개발 탓이 크다.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강원 춘천 의암댐 사고가 대표적이다. 댐 수문 14개 중 9개를 개방해 초당 1만t의 물이 하류로 방류되는 상황에서 인공수초섬 고정을 위해 배를 띄우고 인력을 투입한 것은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이다. 7명이 목숨을 잃은 경기 가평 펜션과 평택 반도체장비 부품공장 매몰 사고도 마찬가지다. 건물이 비탈진 곳이나 야산 밑에 있어 호우 발생 시 지반 붕괴로 인한 피해 우려가 컸는데도 지속적인 경고나 대피 안내가 없었다.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는 1996년, 1999년에 이어 올해 3번째 침수 피해를 입었고 충북 음성군 삼성면도 2017년 7월에 이어 3년 만에 또 물에 잠겼다. 상습 침수 지역인데도 제때 하천을 정비하지 않아 물바다를 초래한 것이다. 탈원전 정책의 일환인 태양광시설의 난개발도 문제다. 태양광 패널은 햇빛을 오랫동안 쬘 수 있도록 일정한 경사 이상의 산비탈을 골라 나무를 베어 설치하기 때문에 지반 약화에 따른 산사태 위험이 높다. 하지만 야산 전체의 안정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이번 장마기간에 전국 6곳의 태양광발전 시설에서 토사 유실과 옹벽 붕괴 등 산사태 위험이 확인됐다.

지금처럼 허술한 대응과 늑장 대처로 더 이상 인재가 발생해선 안된다. 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단 1%의 사고 가능성도 무시하지 말고 역량을 총동원해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 체계적인 재난관리시스템 구축과 신속한 대응으로 인명재산 피해 최소화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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