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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안정 목적이 아니라, 세수 부족 채우려는 '세금 뜯기'로 비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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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이 만난 사람]

'부동산 항의 집회' 이끄는 세입자… 이형오씨

"오늘은 경기도 남양주와 성남, 광명시로 옮겨가며 인터넷 설치 작업을 했다. 약속 시간에 맞추느라 마무리 작업은 동료에게 맡기고 왔다."

이형오(47)씨는 편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나타났다. 그는 KT 협력업체에서 인터넷 설치를 담당하는 현장 직원으로 일하다가 4년 전 자기 가게를 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부동산 항의 집회를 이끌고 있다. 대외 직함은 '부동산 악법저지 국민행동' 사무국장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아 내 가게 일을 하는데도 많이 힘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잠시 도와주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토요일에 교회에서 봉사하는 대신 여기서 하고 있는 것뿐이다."

―본인도 부동산 정책의 직접적인 피해자인가, 아니면 부동산 관련 전문가 쪽인가?

"지금 내가 부동산 정책의 피해를 직접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전까지는 부동산 문제에 관심이 없었고 사실 별로 아는 것도 없었다. 나는 서울 구로구에서 몇 년째 월세로 살고 있다. 형편이 안 돼 내 집을 산다는 생각을 못 해왔다. 아마 집회 참석자 중에서 제일 가난할 거다."

중국인의 아파트 쇼핑


조선일보

이형오씨는 “부동산 정책은 집을 그 상태로 갖고 있으면서 그냥 세금 내다가 죽으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최보식 기자


―그런 사람이 어떻게 부동산 항의 집회를 이끌고 있나?

"2018년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인 500여명이 난민 신청을 해 시끄러운 적 있었다. 어떤 유명 연예인은 인도주의를 내세워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자국민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계기로 '난민대책 국민행동' 단체에 가입해 활동해왔다. 그러다가 부동산 항의 집회와 연결됐다."

―자국민 우선 보호와 부동산 집회가 어떻게 연결되나?

"중국인들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를 엄청나게 사들인다는 '아파트 쇼핑' 보도가 있었다. 중국인들은 서울 아파트를 구입할 때 우리 국내 은행뿐만 아니라 자국 은행에서도 대출을 받지만, 우리 국민은 엄격한 대출 규제를 받는다. 이런 역차별을 문제 삼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던 중 7월 4일 서울 신도림역 앞에서 부동산 항의 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가본 것이다."

―'6·17 부동산 정책' 발표가 있고 나서 첫 집회였나?

"아마 그랬을 것이다. 100명쯤 모여 있었다. 대여섯 명이 앞에 나와 하소연을 하듯이 발언했다. 내용을 들어보면 격앙하고 울분을 터뜨려도 시원치 않은데 다들 주눅이 들어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였나?

"가령 비(非)규제 지역에서 아파트 분양 모집 공고가 나와 분양권을 매수계약 했는데, 갑자기 거래 규제 지역으로 바뀌면서 주택 대출 규제가 소급 적용됐다. 이 때문에 중도금·잔금을 치를 수 없어 계약금 등 8000만원을 날리게 됐다는 사연이었는데, 말도 안 되는 정부 정책으로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 모은 생돈을 잃게 됐으니…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겠나."

―이게 시끄러워지자, 정부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게는 금융 대출을 현행대로 해주겠다고 했다. 다만 1주택자는 살던 집을 6개월 내 팔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무주택자 부부가 각각 분양권을 신청했다. 경쟁률이 높아 그렇게들 신청하는 것이고 불법이 아니었다. 운 좋게도 둘 다 당첨됐다. 이럴 경우 어느 누가 '분양권 하나를 포기하자'고 하겠나. 둘 다 계약금을 내고 나자, 법이 바뀌어 대출 규제가 됐다. 중도금·잔금을 마련 못해 각자 집어넣은 계약금을 날릴 판이다. 대출을 받으려면 둘 다 각자 처분 조건을 걸어야 한다. 기막힌 노릇 아닌가."

―소급 입법으로 밀어붙이려다 곳곳에 이런 사달이 났다. 남들에게는 그냥 돈 몇 천만원 얘기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삶 전체가 걸린 문제인데?

"재난 상황도 아니고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주택 청약을 할 때 이런 소급 입법을 예측 못 한 게 잘못인가. 당시 규정대로 청약받은 사람이 왜 사회악처럼 돼야 하나. 중대 범죄인에게도 적용 안 하는 소급 입법을 왜 부동산에서만 적용되나. 이렇게 소급 적용이 되면 앞으로 계약이라는 게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부동산 집회를 뒷전에서 구경하다가 어떻게 집회를 이끄는 입장으로 바뀌게 됐나?

"이들은 그저 울면서 삭였지, 바깥으로 터뜨리지 못했다. 이들 중 누군가는 극단적 선택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회 막바지에 내가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은 아무 잘못이 없다. 이는 김현미 장관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외쳤다. 다들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일을 해본 적 없으니 카톡방에 들어와 조언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카페 운영과 집회 준비를 맡게 됐지만, 나도 생업이 있어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집회에서 신발을 공중으로 던지고, '나라가 니(네) 거냐'라는 구호도 나왔다. 그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나?

"카페 회원들이 카톡방에서 집회 퍼포먼스나 구호들, '실검 챌린지' 등의 아이디어를 냈다. 부동산 정책에 맞서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의 회원 수가 3만명쯤 된다. 이들이 낸 후원금으로 집회를 연다."

―부동산 항의 집회를 소위 있는 이들, 집 가진 사람들의 집회라는 비판도 있는데?

"부동산 투기로 이득을 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집회에 나오지 않는다. 사연을 들어보면 다들 정말 절박하다."

가진 자는 惡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찬성하는 국민도 많지 않겠나? 가령 '임대차 3법' 통과는 세입자 보호를 위한 것이다.

"임대차 3법 통과로 서울 아파트 단지에 전세 매물이 다 사라졌는데 세입자 보호라고 할 수 있겠나. 15년간 전세를 한 번도 안 올렸다는 어떤 임대인은 이번 조치를 보고는 자기도 상한선 5%로 올려야겠다고 했다. 현 정권은 임대인과 임차인을 갈라치기 하려는데, 전 국민이 부동산 정책의 피해자다."

조선일보

/조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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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이면서 동시에 임차인인 경우가 많다. 자녀 교육이나 직장 문제, 방 개수 문제 등으로 자기 집을 전세 놓고 다른 데 전세를 얻어 사는데, 이런 현실을 못 보는 것 같다.

"지금 부동산 정책은 전세를 살면서 왜 자기 집은 돈벌이하는 투기 수단으로 갖고 있느냐는 논리에 빠져있다. 현실이 어떤지를 모르거나, 알지만 자기들의 정치적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다."

―여당 의원 중에는 '전세보다 월세가 좋다'는 식으로 말했다.

"지금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정말 현실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것이다. 진짜 서민들의 삶을 안 살아봐서 그렇다. 이들은 주택 문제를 통계 숫자로만 본다. 통계에는 전국적으로 집이 이렇게 많은데 왜 이러느냐는 식이다."

―얼마 전 집회에서 '33년간 쉰 적이 없고 좋은 명품 한번 안 사입으면서 남편과 함께 자영업을 해오다 노후에 조금 편하게 살고 싶어 법인으로 빌라 몇 채 사서 임대사업자가 됐다'는 50대 여성의 연설 동영상이 화제가 됐다. "탈세한 적 없고 세금 연체한 적 없는데 지금 와서 종부세 7.2% 내라고 한다. 빌라 하나는 1억4천 전세 줬는데 종부세가 1200만원 나온다"라고 했는데?

"현 정권은 '가진 자는 악(惡)'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집 투기 세력을 잡기 위해 생사람들을 잡으면 안 된다. 알고 보면 임대사업자도 똑같은 서민이다.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서 얻은 것이지, 공짜로 얻은 게 아니다. 정권 초기에는 임대사업자를 장려하더니, 하루아침에 제도를 바꿔 이들은 투기성 다주택자가 됐다. 징벌적 세금 폭탄을 맞았고 좀 지나면 자본 잠식을 통해서 파산에 이를 것이다."

―다주택자는 무조건 집을 팔라는 것인데?

"이들은 대부분 지방이나 서울 외곽에 노후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으로 임대업을 하고 있다. 이런 데는 매매 거래가 이뤄지지도 않는다. 주택 정책은 이념이 아닌 현실과 시장에 맞게 만들어져야 한다. 현 정권은 이유 불문하고 1가구 1주택을 밀어붙인다. 2주택자만 돼도 범죄자 취급하듯 벌금처럼 각종 세금 폭탄을 때리겠다는 것인데 선의의 피해자들을 돌아보지 않는다."

―현 정권이 "거주하는 집 한 채 빼고는 다 처분하는 게 좋을 것이다"라고 일종의 대국민 협박을 했던 게 결국 자신들을 옭아맸다. 집 두 채 이상 보유한 대통령 비서나 장관들이 여분의 아파트를 파느냐가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이게 정권 신뢰의 붕괴로 이어졌는데?

"어느 지역·계층을 때려잡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왜 1주택만 소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가 없었다. 일시적 2주택자의 중복 보유 기간을 1년으로 했지만 주택은 주식과 달라 여러 규제로 즉시 매도가 어렵다. 재산상 큰 손해를 감수 안 하면 1년 내 처분이 쉽지 않다. 이번에 다주택자인 청와대 비서들이 사표를 내자 '직(職) 대신 집을 택했다'는 조롱을 받은 것이다."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준 이유

―집값 폭등에다 세금 폭등까지 맞고 있다. 세간에서는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준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는 말들을 한다. 재난지원금을 쓸 때는 좋았겠지만 금방 이렇게 더 뜯어가고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주택 취득과 보유, 처분의 모든 단계에서 세금 폭탄을 때려, 보유할 수도, 팔 수도 없는 구조로 만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가. 지금의 집을 그 상태로 갖고 있으면서 그냥 세금 내다가 죽으라는 얘기다. 부동산 정책의 목적이 집값 안정이 아니라 세수 부족을 채우려는 세금 뜯기로 보는 것이다."

―현 정권은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뒤 '이제 투기 세력이 발을 못 붙이고 집값 안정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는데?

"이렇게 폭력적으로 하면 집 거래가 올스톱 되니 안정으로 보일 수 있다. 투기 세력도 당분간 조용해진다. 하지만 모른 체하며 짓밟고 지나가면서 생긴 수많은 피해자가 있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너희 재산 소중하면 국민 재산도 소중하다' '월세제한 세금강탈 문재인은 독재자'라며 우중(雨中) 집회가 열렸다. 이날 서울 마포와 경기도 과천에서도 주민들이 들고일어났다. 부동산 묘책이라고 발표될 때마다 정권을 도적처럼 보는 국민의 숫자도 늘어나는 중이다.

[최보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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