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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일단 던져놓고 문제 생기면 땜질, 나라가 실험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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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16조원 규모의 '뉴딜 펀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원금 보장'을 내세웠다가 논란을 빚자 이틀 만에 철회했다. 국민 세금으로 펀드 손실을 메워주느냐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자 원금 보장은 아니라면서 물러섰다. 투자 상품의 손실 보전을 금지한 자본시장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되지도 않을 정책을 덜컥 내놓았다가 망신당했다.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줄이기로 한 조치는 한 달도 안 돼 수정에 들어갔다. 정부를 믿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자들이 반발하자 양도소득세 중과 제외 대상을 넓히는 등의 보완책을 부랴부랴 내놨다. 전·월세 상한 규제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부작용이 시작되자 전·월세 전환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부실 대책과 땜질 보완이 반복되면서 이제 부동산 정책은 냉소와 조롱의 대상이 됐다. 인터넷에선 "월세를 전세로 돌려 보증금을 '뉴딜 펀드'에 넣자"는 등의 비아냥이 등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올려놓고는 저소득층 일자리가 사라지고 자영업 서민경제가 무너진 뒤에야 '속도 조절'을 하겠다고 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주 52시간 근무제를 강행하더니 기업 현장에서 비명이 터져나오자 그제야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부처 간 조율도 거치지 않고 '그린벨트 해제 검토' 방침을 내놓았다가 비판이 쏟아지자 없던 일로 하기도 했다. 잘못 설계된 정책을 밀어붙였다가 문제가 터진 뒤에야 땜질하는 악순환이 국정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민주당은 연 24% 수준인 법정 최고 이자율을 연 10%로 낮추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저소득층 이자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엔 누구나 동의하지만 이것 역시 뻔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부실 대책에 지나지 않는다. 이자는 대출이라는 상품의 가격이다. 연 19%에 달하는 저축은행의 대출금리는 고금리라도 쓰겠다는 급전(急錢) 수요와, 돈 떼일 위험성이 큰 점이 반영된 시장 가격이다. 이를 강제로 연 10% 밑으로 낮추면 신용 취약 계층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일단 던져놓고 보자'는 막무가내 정책이 경제적 약자와 서민층부터 타격 입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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