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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빗소리 닮은 스윙,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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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키스 재럿 '고희안 트리오', 14일 정규 5집 발매 기념 콘서트

작년 6월 30일 일본 구마모토의 재즈클럽 '재즈 퍼스트(Jazz first)'. 비 오는 초여름 클럽 안에서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왔다. "단다다단/다다다단다." 빗방울을 담은 리듬. 재즈 피아니스트 고희안이 비 오는 날 작곡한 '인 더 미들 오브 레인드롭'을 한웅원(드럼), 정용도(베이스)와 함께 연주하는 소리였다. 이 곡만이 아니다. "둥두루두루루둥/따라란딴따라라란"으로 경쾌하게 시작하는 '스냅', "빰빠빠바바밤" 살사 리듬으로 우릴 순식간에 쿠바로 이동시키는 '하바나',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를 떠올리게 하는 '나이지리아' 등 다채로운 곡들이 연주됐다. 모두 고희안이 작곡한 것들. 한국의 '키스 재럿 트리오'로 불리는 '고희안 트리오'의 5집 정규 앨범 녹음 현장이었다.

조선일보

정규 5집으로 돌아온 고희안 트리오. 왼쪽부터 정용도, 고희안, 한웅원. /R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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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재즈밴드 고희안 트리오가 최근 5집 '라이브 앳 재즈 퍼스트'로 컴백했다. 스윙, 비밥 등 다양한 시도를 했고, 한국 재즈 밴드로는 처음 일본 재즈 클럽에서 라이브 실황으로 녹음했다. "베이스 하는 용도가 일본 여행 중 재즈클럽을 갔다가 여기서 공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일본은 미국 다음 가는 재즈 강국이라 클럽도 많고 마니아층도 두껍거든요. 그래서 일본에 계신 재즈 관계자에게 연락을 드렸더니 저희 음악을 너무 좋아해 주시는 거예요. 덕분에 2017년부터 후쿠오카 재즈클럽 '리버사이드', 야마구치의 '밴드 왜건' 등 일본 투어를 하다 구마모토에 있는 '재즈 퍼스트'를 발견해 여기서 녹음하게 됐어요. 피아노 상태, 공간의 울림이 완벽해 일본 밴드들도 녹음을 많이 하는 곳이에요."

고희안이 라이브 실황 녹음으로 앨범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집은 종로 재즈클럽 '천년동안도'에서, 4집은 '삼청로 146'에서 녹음했다. "라이브 연주에는 그때의 순간적인 감정, 현장감, 자연스러움이 그대로 담겨요. 라이브가 가지는 '변수'라는 요소가 재즈의 본질과도 맞는다고 생각하고요. 과거 재즈 음반들은 다 이렇게 녹음했어요. 지금은 기술이 좋아져 재즈도 후작업을 많이 하지만, 전 곡을 정제하고 깎아서 아름답게 만드는 것보다 순간의 느낌을 전달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고려대 이공계를 다니다 뒤늦게 재즈에 눈을 떠 중퇴 후 버클리로 떠난 그다운 답변. 이들의 공연을 앨범이 아닌 라이브로도 들을 수 있다. 오는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고희안 트리오 단독 콘서트가 열린다. 2018년 후 2년 만이다.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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