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4대강사업' 마쳤으면 '물난리' 적었을 것"
윤건영 "4대강 사업 폐해 이미 입증...과오 용서안돼"
지난 8일 오후 경남 하동군 하동읍 두곡리 두곡마을 일대가 전날부터 내린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왼쪽 편은 전남 광양시와 연결된 섬진강이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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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전국에서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섬진강이 범람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4대강 사업이 없었으면 이번에 어쩔 뻔했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4대강 사업을 끝낸 후 지류, 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다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언급했다.
이어 정 의원은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4대강에 설치된 보를 때려 부수겠다고 기세가 등등하다"며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MB 시절 지류·지천 정비를 하지 못하게 그렇게도 막더니, 이번 폭우 피해가 4대강 유역이 아닌 지류·지천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이제 실감하는가"라며 섬진강 일대 홍수의 원인을 4대강 사업의 부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같은 주장에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며 "4대강 사업의 폐해는 이미 온갖 자료와 연구로 증명되었다. 이런 식으로 한다고 해서 당신들의 과오가 용서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남 탓부터 하고 있다. 정말 제정신인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맞나? 앞에서 열심히 전투에 임하고 있는데, 뒤에서 발목 잡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합당 의원들이 이번 홍수 피해에서 4대강 사업을 언급한 기사를 공유하며 "쓸데없는 말을 보태 점수를 까먹는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인제 와서 그런 얘기 해봐야 욕만 먹는다. 통합당이 아직도 자기 세계에 갇혀서 민심과 교감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싸움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싸울 장소를 고르는 것이다. 대체 뭘 얻겠다고, 덮어둬야 할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내야 새삼 욕만 먹을 뿐인데"라고 했다.
이어 그는 4대강 사업이 홍수 조절 기능이 없다고 강조했다. 진 전 교수는 "낙동강 터지고, 영산강 터졌다"며 "4대강의 홍수예방 효과가 없다는 게 두 차례의 감사로 공식 확인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식적으로 물을 가둬놓는 기능을 하는 보가 홍수 예방에 도움이 될 리가 없다. 통합당은 과거의 오류에 집착할 게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통합당에서 뻘소리(허튼소리)가 나오는 건 아직도 그들이 정신을 못 차렸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 보를 개방해 홍수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다.
4대강 조사 위원장을 지낸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학과 교수는 지난 5일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가 4대강 보를 개방해서 홍수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에 대해 "보를 설치하는 것은 홍수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병을 준 거다. 수문을 열면 일부 구간이 수통이 되니까"라며 "그러니까 병은 크게 줬는데 (그 약으로) 수문을 조금 열면서 오히려 홍수가 (발생할 확률이) 조금 떨어지는 거다. 그래서 일각에서 계속 터져 나오는 주장은 적절하지 못하고 공학적으로는 전혀 합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4대강 사업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땅을 파는 증설사업. 증설사업은 홍수 예방이 된다, (땅을) 낮추니까. 그런데 보를 설치하면, 보는 물길을 막는 거기 때문에 홍수 위험이 발생한다"며 "4대강 사업을 할 당시에 그 구간은 (환경단체가) 한 98~99% 정도 정비를 완료했다. 도심지역에서는 200년 빈도가 오더라도 끄떡없고 농촌 지역에서는 100년 빈도 홍수가 오더라도 끄떡없이 이미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4대강의 첫 번째 이유가 홍수 예방이지만 잘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안전한 구간을 더 안전하게 했고 위험한 소하천이라든지 지방 중소 규모 하천에 대해서는 방치를 해버렸다. 결국은 국민 입장에서 보면 홍수 예방 사업을 했는데 빈익빈 부익부 형태의 사업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일으키고 강을 살린다며 지난 2009~2011년 예산 22조 원을 투입해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 수해 예방 및 수자원 확보를 위해 4대강에 16개 보를 설치하고, 강바닥에 쌓인 흙을 퍼내는 게 요지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이후 매년 여름 기온이 올라가면 하천과 호수의 물빛이 녹색으로 변하는 이른바 '녹조라떼' 발생 등 생태환경 훼손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현재까지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한편 2013년 박근혜 정부와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두 차례 걸친 감사원 감사에서 4대강 사업은 홍수 피해를 막는 데 연관이 없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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