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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문찬석, 추미애 겨냥 “정치가 검찰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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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의 지휘·감독권 무너지면 국민만 피해 봐”

세계일보

문찬석 광주지검장. 뉴스1


“정치의 영역이 검찰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아 염려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8·7 검찰 인사’에 반발해 사표를 제출한 문찬석 광주지검장이 10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또 글을 올려 문재인정부 검찰의 타락을 우려했다. 검찰은 검찰 고유의 논리대로 움직여야 하는데 자꾸 정치인들이 인사권이니 수사지휘권이니 같은 것들을 들고 검찰 조직을 못살게 굴어 공정하고 중립적인 수사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문 지검장은 글에서 “정치의 영역이 검찰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아 염려된다”며 “우리의 정치적 중립성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고 검사장들이 주어진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선배 고검장과 동료 검사장들을 향해 “검사장들이 검사답지 않은 다른 마음을 먹고 있거나 자리를 탐하고 인사 불이익을 두려워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총장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검사장들은 잘 안다”고 강조했다.

검사장들이 청와대나 법무부 눈치를 보는 대신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에 충실히 따라야 한다는 점을 거듭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국민들의 시선을, 여러 검사장만을 묵묵히 보고 있는 후배들의 참담한 시선을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며 “검찰청법에 규정된 총장의 지휘·감독권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이는 최근 법무부 산하 한 위원회가 검찰총장의 지휘·감독권을 폐지하고 대신 법무장관이 서울·수원·대전 등 전국 6개 고검의 고검장을 통해 지휘·감독권을 행사토록 하자는 기괴한 개선안을 낸 것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고검장들은 차기 총장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관계다. 자연히 청와대나 법무부 눈에 들기 위해 아부를 하기 쉽다. 법무장관이 총장을 제치고 이런 고검장들과 ‘직거래’를 하기 시작하면 고검장들 간에 말 그대로 ‘충성 경쟁’이 벌어져 공정하고 중립적인 수사는 불가능해진다.

문 지검장은 올해 2월 검사장회의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 연루된 최강욱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을 기소하라는 윤 총장의 지시를 이 지검장이 3차례 거부했다는 게 이유다. 문 지검장은 이 지검장 면전에서 “어떻게 총장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느냐”고 따져물었다고 한다.

정작 이 지검장 본인은 가만히 있었는데 나중에 이를 안 추미애 법무장관이 문 지검장을 향해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경고장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 7일 단행한 인사에서 문 지검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냈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초임 검사장이 보임되는 자리라 이미 광주지검처럼 규모가 큰 일선 지검 검사장을 지낸 문 지검장을 그리로 보낸다는 건 ‘좌천’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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