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현산 제안, 시간벌기용에 불과" 비관론도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금호산업이 제안한 대면 협상을 전격 수용하면서 인수 협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면 협상 요구를 줄곧 외면하며 서면으로만 입장을 밝혔던 현산이 ‘대표간 협상’을 역제안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인수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현산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부터라도 인수인과 매도인이 서로 만나 협의를 조속히 진행하자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금호산업의 대면 협상 제의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양사 대표이사 간의 재실사를 위한 협상을 제안한다"고 했다. 일정과 장소 등 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은 금호산업의 제안을 최대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대표간 만남에서는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에 대한 재실사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앞서 현산이 제안한 12주간의 재실사 요구를 공식 거부했지만, 대표간 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호산업 측이 재실사 요구는 받아들이되 기간과 범위 등을 단축해 진행하는 방향으로 인수 협상을 재개하는 방식도 언급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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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은 작년 12월 아시아나 인수 계약 이후 협상을 이어오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올해 4월부터 인수 절차를 미루며, 만나서 협상하자는 채권단과 금호산업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에 산은은 "서면으로만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인수) 진정성 자체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현산은 지난 6일 "대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며 진정성을 거론하는 것은 상식에 벗어난 것"이라며 채권단을 비난했다.
채권단과 금호산업과 각을 세우며 딜 결렬 수순을 밟던 현산이 불과 사흘만에 태도를 바꾼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시아나항공이 올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예상을 뛰어넘는 실적)를 기록한 것도 이번 인수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사업과 고정비 축소를 통해 지난 2분기 영업이익 1151억원을 기록, 지난 2018년 4분기 이후 6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증권계의 전망을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악화를 이유로 인수를 망설여왔는데,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 사태라는 악재에도 예상 밖의 ‘플러스 성적표’를 내 현산의 우려가 일부 불식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몽규 현산 회장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정 회장은 지난주 일주일간 휴가를 떠나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함한 전반적인 경영 구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복귀 이후 인수와 관련해 어떤 방식으로든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다만 대면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오는 11일을 거래 종결일로 정하고, 12일부터 인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산의 역제안은 ‘시간벌기용’에 불과하다는 시각과 더불어 2500억원 규모의 이행보증금 소송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재실사와 관련해 현산의 진정성까지 언급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는데도 현산은 재실사를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실적도 불황형 흑자에 속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며 대표가 만나더라도 결국 재실사에 대한 평행선을 달리며 이견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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