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이슈 때아닌 4대강 공방

여야, 수해 피해 4대강 "때문에" vs "덕분에" 공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文대통령 "4대강 보 홍수조절 기여 여부 분석 기회"

통합당 "섬진강 피해, 4대강 사업 필요한 이유"

뉴스1

7일과 8일 전남 구례군에 380㎜의 집중호우가 내리며 섬진강·서시천이 범람, 구례읍 지역이 침수되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구례군 제공)2020.8.9/뉴스1 © News1 지정운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김달중 기자,유경선 기자 = 연일 계속되는 수해로 인한 피해가 급증한 가운데 여야 정치권에서는 4대강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공사가 수해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게 여당의 공격 포인트다. 반면 야당은 오히려 4대강 사업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은 이번 수해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논의하기로 해 그 과정에서 피해 원인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피해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다"면서 "댐의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과 함께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4대강 보가 홍수조절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4대강 사업이 결과적으로 홍수 피해를 줄이는 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에도 4대강 사업이 수해 피해를 줄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보 철거를 요구해왔다. 오히려 지류·지천 정비사업에 투입하는 것이 적절했다는 게 민주당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은 4대강 예찬론을 다시 들고나오며 수해마저 정부 비난의 소재로 삼고 있다"며 "낙동강 본류 둑이 터진 가장 큰 이유도 4대강 사업으로 건설한 보가 물흐름을 방해했기 때문에 강물 수위가 높아지면서 강둑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수압이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4대강 공사로 인해 건설된 보가 오히려 물을 막아 수해를 일으킨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여권으로 분류되는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남 창녕군에 위치한 합천창녕보 붕괴 보도를 링크한 뒤 "4대강 사업 하지 않아서 섬진강 범람 운운하던 통합당, 합천창녕보가 물흐름을 막아선 낙동강 둑이 무너졌으니 뻘쭘해지겠군요"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추진해온 지금의 야당 생각은 판이하다. 4대강 사업이 없었다면 이라는 단서를 달며 오히려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해 여러 말이 많다"면서 "섬진강이 사업에 빠진 것이 '굉장히 다행'이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번 홍수를 겪으면서 잘못된 판단 아니었나 생각하게 됐다"고 4대강 사업 예찬론을 폈다.

김 비대위원장의 주장처럼 지난 주말에 범람한 섬진강이 4대강 사업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 야당의 공격 포인트로 활용되고 있다. 정진석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4대강 사업이 없었으면 이번에 어쩔 뻔했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4대강 사업을 끝낸 후 지류·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송석준 의원도 "전국적 수해를 보며 4대강 정비를 안했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더 처참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이 피해를 줄였다는 게 야당의 논리다.

이에 대해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역대급 물난리 속에서 내일부터는 태풍이 온다고 하는 상황에서 야당은 남 탓부터 하고 있다"며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야당의 이같은 주장은 9일 새벽 경남 합천창녕보 붕괴로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이 지역은 이명박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했던 곳으로 야당의 논리대로라면 수해를 어느 정도 극복했어야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서 "낙동강 터지고, 영산강 터졌다. 4대강의 홍수 예방 효과가 없다는 게 두 차례의 감사로 공식 확인된 사실"이라며 "(통합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쓴소리를 했다.
dal@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