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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출퇴근길 짬내서 듣는 오디오북…소리없는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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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혜수가 윌라에서 출간된 오디오북 박완서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이웃`을 녹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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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동학개미운동 영향으로 재테크 도서 광풍이 불고 있지만 오디오북 독자들은 소설과 인문서로 '귀로 듣는 독서'를 하고 있다. 단편소설은 물론 북리뷰와 같은 '쇼트폼' 오디오북도 나란히 각광받고 있다.

국내 최대 서점 교보문고는 지난 7월 말부터 오디오북 판매를 시작했다. 약 4000종에 이르는 오디오북을 구비한 교보문고 독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책은 국내 초단편소설이다. 10분짜리 초단편 소설을 오디오북으로 만든 '10미니츠' 시리즈가 8월 1주 오디오북 베스트셀러 10위권을 모두 휩쓰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판다플립이라는 소설 연재 사이트에 연재되고 있는 소설을 스튜디오 봄봄에서 오디오북으로 녹음한 콘텐츠다. 1위를 달리고 있는 최은영의 '귀퉁이에 앉다'는 원옥화 성우가 낭독해 구매하면 1000원, 90일간 대여하면 500원에 들을 수 있다.

한혜원 교보문고 eBook사업팀 오디오북 서비스담당자는 "오디오북은 출퇴근 길이나 집안일 하는 동안 듣는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특히 출퇴근 길에 듣는 분들은 10시간에 달하는 완독 오디오북보다는 소설 단편집, 소설 요약본 등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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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도 오디오북 약 700종 중 소설 인기가 압도적이다. 8월 1주 베스트셀러 10위권에는 1위에 오른 이보영이 낭독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비롯해 2위에 오른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7위에 오른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10위에 오른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등이 있다. 또 하나 오디오북 시장에서 각광받는 책은 요약본이다. 1위에 오른 '족집게 한국사', 4위 '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5위 '말하기의 디테일' 등은 1~2시간 분량으로 핵심만 녹음한 책이다. 9위에 오른 '넛지'가 9시간52분 분량인 데 비해 짧은 시간에 완독할 수 있다.

오디오북을 서비스하고 있는 스타트업 '윌라'는 최근 김혜수가 TV 광고를 하는 스타 마케팅으로 누적 이용자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윌라 독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책도 소설과 인문서다. 8월 1주 베스트셀러 10위권 중 1위 베르나르 베르베르 '죽음 1'을 비롯해, 김범의 '할매가 돌아왔다', 강화길의 '다른 사람' 등 4권이 소설이었고, 최태성의 '역사의 쓸모', 안희경의 '오늘부터의 세계' 등 4권이 인문서였다.

윌라에서 또 하나 인기를 얻는 오디오북은 10분 안팎인 북리뷰다. 시간을 쪼개 정보를 얻으려는 독자들은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의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한미화 출판평론가의 '공부머리 독서법' 북리뷰 등을 듣고 있다. 실제로 윌라 독자들 주청취 시간은 출퇴근 시간으로 오전 7시, 오전 8시, 오후 6시 순으로 높았다. 세대별로는 25~34세(18.8%)보다는 35~44세가 33.2%, 45~54세가 32.7%로 3040세대가 주요 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윌라 관계자는 "오디오북으로 장시간 어려운 인문서나 교양서를 완독하는 건 쉽지 않지만, 이 책을 짧게 리뷰로 다뤘더니 청취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2018년부터 인기 웹소설을 오디오북으로 제작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에만 총 5편을 발표하며 총 누적 재생 수 115만회를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소설과 쇼트폼이란 두 트렌드를 접목한 것도 있다. 오디오북 스트리밍 서비스 '스토리텔'은 지난 7월 김지유 작가의 인기 판타지 로맨스 웹소설 '푸른 달이 뜨는 숲' 1권을 요약형 오디오북으로 공개했다. 1인 1낭독 방식을 탈피해 성우 여러 명이 참여하는 오디오 드라마 형식으로 녹음한 것. 장르 문학은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스토리텔에서는 로맨스 웹소설 오디오북 청취자가 타 장르 대비 5배 이상 높은 완청률을 보이고 있다. 박세령 스토리텔 한국 지사장은 "인기 웹소설이나 웹툰을 오디오북으로 들으면 처음 시각으로 원작을 접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오디오 콘텐츠로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낭독자 목소리로 인해 몰입도가 높아지고 공감이 훨씬 잘됐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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