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이슈 때아닌 4대강 공방

4대강이 물난리 막았나…홍수위험 94% 줄어도 피해액 같다, 왜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류·지천 홍수 피해가 80% 이상 차지

박근혜·문재인 정부서 지류·지천 위험 방치

중앙일보

수도권 집중호우 팔당댐, 소양감댕 방류로 한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9년만에 한강 본류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63아트에서 바라본 한강 일대가 물에 잠겨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긴 장마와 집중호우에다 제5호 태풍 '장미'까지 남해안에 상륙하면서 전국이 엄청난 수해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 끝낸 후 지류·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면서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4대강에 설치된 보를 때려 부수겠다고 기세가 등등하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효과를 강조하면서 4대강 보를 철거하겠다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새벽 경남 창녕군 이방면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에서 제방이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논란이 본격화됐다.

일부 전문가들이 "4대강 사업으로 건설한 합천창녕보 탓에 제방이 무너졌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4대강 사업은 홍수 예방에 도움이 됐을까.

수자원 확보와 녹조 발생 등 수질 악화, 수생태계 훼손 등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다른 논란은 제외하고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만 살펴본다.



4대강사업 홍수 예방 효과는



중앙일보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금강 공주보.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사업 마스터 플랜을 보면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강바닥의 모래·자갈 5억7000만㎥ 준설 ▶홍수 조절지 2곳과 강변 저류지 3곳 건설 ▶노후 제방 보강 620㎞ ▶낙동강·영산강 하굿둑 배수문 증설 ▶낙동강 영주댐 건설 ▶농업용 저수지 둑 높이기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당시 마스터 플랜에서는 "기후변화 영향과 200년 빈도 이상의 홍수에 대비한 홍수 조절 능력을 9억2000만㎥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지난 2011년 10월 낙동강 상주보 근처 준설작업 현장.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 정부의 국무총리실에서 구성·운영한 민관합동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2014년 보고서에서 "4대강 실제 준설량은 계획보다 적은 4억4000만㎥"이라고 밝혔다.

당초 계획보다 22.8% 줄었다. 낙동강은 33% 줄었다. 하지만 본류 주변에서는 4대강 사업 전보다 홍수 위험이 낮아지는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4대강 사업 후 본류 주변 저지대 가운데 홍수 위험도가 해소된 지역은 8.6%, 위험도가 줄어든 지역이 85.1%로 전체 홍수 위험지역 807.95㎢의 93.7%인 757.11㎢ 지역에서 위험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낙동강의 하류와 보 상류 구간 등에서는 추가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2조 5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4대강 사업이 본류 주변의 홍수 예방, 특히 최근과 같은 긴 장마와 집중호우가 이어질 때는 확실히 도움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4년 조사평가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강원대 환경학과 김범철 명예교수는 "준설을 하면 강 수위가 내려가고, 홍수 위험도가 낮아지는 것"이라며 "준설한 곳은 홍수위가 낮아지지만, 준설하지 않은 곳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토 전체 홍수 피해 줄었나



중앙일보

대전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지난달 30일 대전 대덕구 인근 금강과 갑천 합류 지점에 물이 불어나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전이나 공사 기간(2009~2012년)의 국내 호우 피해액은 연평균 2011억 원(태풍 피해 제외)이었다. 4대강 공사 후(2013~2018년)에는 연평균 2016억원이다. 둘 다 2018년 환산가격이다. 4대강 사업 전후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본류의 홍수 예방 효과가 있는데도, 홍수 피해액이 그대로인 것은 대부분의 피해가 본류가 아닌 지류·지천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체 하천에서 소하천 피해액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2009년 85%, 2010년 84%, 2012년 83%였다.

수자원 전문가들은 "여름철 홍수 피해의 주요 원인은 단기성 집중호우"라며 "중소 도시하천의 경우 대하천보다 하천 치수사업을 덜 해 상대적으로 홍수에 취약하고 특히 최근에 도시하천 주변에 건물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홍수 피해가 가중되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4대강 본류에 집중된 투자만으로 국토 전체의 홍수 피해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지천·지류 홍수 예방사업 왜 안 했나



중앙일보

폭우로 도로가 끊긴 충북 음성군 감곡면 도로.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대강 사업 전부터도 홍수 피해가 지류·지천에 집중된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행정안전부의 '2018년 재해 연보'에서도 "짧은 시간에 지표수가 하천으로 집중적으로 유입되지만, 소하천은 "소하천의 경우 하천 단면이 협소하고, 배수로 등 빗물 배제 능력이 부족해 집중적인 피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4대강 사업에 반대한 환경단체에서는 "본류에서 4대강 사업을 하는 대신 지류·지천의 치수 사업을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량 증가 ▶다목적 댐의 홍수 조절용량 부족 ▶하천 상류 지역의 과도한 제방 축조에 의한 하류 지역의 홍수량 증가와 홍수 부담 가중 ▶규모가 큰 국가 하천 제방의 52% 안전도 부족 ▶모래 사주의 육지화와 둔치에서의 과도한 경작 등을 이유로 본류 치수 사업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본류의 홍수 문제를 먼저 해결한 다음 지류·지천을 정비하는 게 순서라는 입장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마친 뒤 그 사업보다 더 크게 지류·지천 치수 사업을 하려 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흐지부지됐다.

당시 환경단체 등 일부에서는 "지천·지류 홍수 피해의 경우 유속이 너무 빨라 문제인데, 지천·지류까지 4대강 사업과 같은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할 경우 자칫 큰 피해를 낼 수 있다"며 지류·지천 치수사업에 반대하기도 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에서 대규모 치수사업을 하지 않았다. 지천·지류 홍수 피해를 방관했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중앙일보

9일 오후 전남 나주 영산강 죽산보와 인근의 침수된 농경지 모습. 사진 왼쪽이 영산강 죽산보, 오른쪽은 폭우에 침수된 농경지다. 여전히 물이 빠지지 않아 벼논이 물속에 잠겨 있다.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제방 붕괴 이유는



중앙일보

지난 9일 폭우로 유실됐던 경남 창녕군 이방면 낙동강 제방에 대한 성토 이음 작업이 10일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오전 2시 합천창녕보 상류 260m 지점에 제방이 50m가량 무너졌다.

이와 관련 4대강 사업에 반대해온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보 때문에 수위가 오르고 수압이 높아져 제방이 무너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9일 오전 제방이 무너진 뒤에도 합천창녕보에서는 보 상류 수위를 낮추지 못했다.

보 방류량보다 더 많은 물이 유입되면서 오전 6~7시까지 수위가 계속 올랐고, 유입량이 줄어든 다음에야 수위가 낮아졌다.

하지만 수위 상승을 곧바로 제방 붕괴의 원인으로 지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와 상관없이 제방이 약한 탓에 붕괴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장석환 교수는 "낙동강의 경우 모래로 제방을 쌓았을 수 있는데, 제방의 재료가 무엇인지, 다짐은 제대로 했는지 등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낙동강 홍수통제소 관계자는 "보가 원인을 제공했는지는 추후 평가가 이뤄져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에서는 수자원 확보를 위해 한강 3곳, 금강 3곳, 낙동강 8곳, 영산강 2곳 등 모두 16개의 보를 건설했다. 일부에서는 이들 보가 물을 가둬 홍수 예방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쪽에서는 강을 가로막는 구조물인 보는 홍수 시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김범철 교수는 "보는 홍수를 유발할 수 있는 시설"이라며 "물속에 뭔가 구조물이 있으면 물길이 걸리기 때문에 그 부분은 수위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마스터 플랜에서도 보에 의한 홍수 예방 효과는 별도로 강조하지 않았다. 다만 "(고정보가 아닌 수문을 여닫을 수 있는) 가동보를 설치함으로써 홍수 때 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언급, 홍수 때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2014년 평가 보고서에서는 "우선 4대강 사업에 따른 준설과 보 운영으로 하천 유속이 급격히 감소했고, 금강과 낙동강의 경우 평상시 거의 전 구간에서 초당 0.1m 미만의 유속을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보는 댐처럼 홍수조절용량으로 홍수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홍수 시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수문을 개방하는 역할만 담당하고 있다"며 "홍수 시 저류 능력이 없기 때문에 보가 붕괴하더라도 상·하류 수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섬진강 피해는 4대강 사업 안 한 탓인가



중앙일보

7일과 8일 전남 구례군에 380㎜의 집중호우가 내리며 섬진강·서시천이 범람, 구례읍 지역이 침수되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 일대 섬진강 제방이 유실됐고, 구례군과 경남 하동군 등지도 큰 피해를 보았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섬진강댐의 경우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이번에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고 지적한다. '남원 토박이'라는 김영규(56) 남원시 금지면 상귀마을 이장은 10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쪽(금지면 일대)에는 항상 범람 위기가 있었다. 홍수주의보 때문에 피난도 몇 번 갔었지만, 둑(제방)이 터진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84세인데 (섬진강) 둑이 터져 하천이 범람한 건 처음이라고 하신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방 붕괴 사고가 4대강 사업에서 섬진강이 제외된 것과 연관 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김 이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했을 때 제방 인근 금곡교(금지와 곡성을 잇는 다리)를 철거하는 등 섬진강까지 정비했으면 이런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상류 섬진강댐의 방류를 든다. 섬진강댐은 전북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8일 오전 수문을 열어 초당 1868㎥의 물을 방류했다. 당시 섬진강 댐은 계획홍수위를 50㎝가량 남겨둔 상황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방류해도 제방만 튼튼하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었다. 하류 제방에서 물이 넘친 게 아니라 제방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제방이 넘칠 정도로 수위가 높지 않았는데도 둑이 터졌다면 제방이 부실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장석환 교수는 "섬진강 지역 피해는 무엇보다 비가 많이 왔기 때문이고, 오랜 장마로 댐 저수량 최대치인 계획홍수위까지 물이 차올라서 방류한 것이 원인"이라며 "갑작스러운 방류나 제방의 안정성 등 제방이 터진 원인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 기자, 남원=김준희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