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MB 수사중 튀어나온 '삼성 노조와해' 증거들…2심은 "위법 수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압수수색 장소 확대 해석 안돼…은닉자료 확보시 영장 미제시 위법"

연합뉴스

'노조와해 '윗선' 수사 관련 검찰이 삼성전자 압수수색을 진행중인 2018년 7월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삼성 노조와해' 관련 문건들이 항소심에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장소'를 엄격하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1심에서 법정구속됐던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0일 열린 2심 선고공판에서는 무죄로 석방됐다.

◇ MB 다스 뇌물의혹 수사 위해 삼성 압수수색…자료 인멸 정황 포착

2013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 폭로에도 불구하고 실체가 파악되지 않았던 삼성의 노조와해 의혹은 2018년 이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실마리가 잡혔다.

그해 2월 8일 검찰은 삼성전자가 이 전 대통령을 위해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해 준 의혹을 수사하려 삼성전자 수원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삼성 직원들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자 검찰 수사관들은 압수수색에 필요한 배치표 등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애초 수색 대상이 아니던 인사팀 사무실을 찾아갔다.

그러나 인사팀 사무실 역시 텅 비어 있었다. 사무실을 살펴보던 수사관은 인사팀 송모 전무의 컴퓨터가 켜져 있고, 그 모니터에서 인사팀 직원들이 사내 메신저로 이야기를 주고받은 흔적을 발견했다.

미처 종료하지 못한 메신저에는 직전까지 직원들이 압수수색 진행 정보를 공유하고, 사무실 내 자료를 빼돌려 숨기겠다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인사팀 사무실로 검찰이 들이닥칠 것으로 예상되자 퇴근한 것처럼 자리를 뜬 정황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사무실의 컴퓨터에는 자료 영구삭제 프로그램도 돌아가고 있었다.

검찰은 달아난 당직 직원을 불러 은닉한 자료들을 추궁한 끝에, 지하주차장의 차량 트렁크와 회의실 등에 외장하드디스크와 공용 컴퓨터 등을 숨겨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게 확보한 하드디스크에서는 삼성그룹 차원에서 자회사 노조와해 공작을 조직적으로 벌인 정황이 담긴 문서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새로 발부받아 이를 확보한 뒤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사건으로 32명을, 삼성에버랜드 노조와해 의혹 사건으로 13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연합뉴스

'노조와해 의혹' 삼성전자 압수수색…윗선 본격 수사(CG)
[연합뉴스TV 제공]



◇ '인사팀 사무실'은 수색대상 포함 안돼…2심은 엄격 해석

이런 압수수색 과정이 적법했는지는 1·2심 재판 내내 주된 쟁점이었다. 삼성 측은 압수수색 과정이 위법했으므로 관련 증거들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스 의혹으로 처음 발부된 압수수색영장에는 해외지역총괄사업부, 경영지원총괄사업부, 법무실, 전산서버실 등을 수색·검증할 장소로 특정했다. 다만 "관련 물건·자료·파일이 옮겨진 경우 그 장소를 포함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1심은 당직 직원의 차량 트렁크 역시 '자료가 옮겨진 그 장소'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해석을 따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애초에 인사팀 사무실이 수색할 장소로 영장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애초에 압수수색 대상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차량 트렁크가 '옮겨진 장소'일 수도 없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본문에 기재된 부서의 범위를 넘어 '이동된 모든 장소'로 해석하는 것은 수색할 장소를 특정하도록 한 취지에 반한다"며 "사실상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압수·수색을 할 수 있거나 장소의 제한이 없는 영장을 허용하는 결과가 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압수수색 당시 은닉한 하드디스크를 도로 내놓도록 하는 과정에서 수사관이 당직 직원에게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점도 항소심 재판부는 문제라고 봤다.

1심은 이에 대해 "과실이 있으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영장을 제시하는 것은 영장주의 원칙을 절차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절차"라며 "영장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sncwoo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