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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쇄신 기대에 못 미친 ‘찔끔’ 청 수석비서관 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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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재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정수석에 김종호 감사원 사무총장, 시민사회수석에 김제남 기후환경비서관을 내정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 전원이 일괄사의를 표명한 지 사흘 만에 수석비서관 부분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문 대통령 측근인 최 신임 정무수석은 4선 의원 출신으로 대야 강경파로 분류된다. 야당과의 협치보다는 당·청 간 소통 강화, 청와대의 정국주도권 확대를 모색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신임 민정수석은 현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다. 김조원 전 수석에 이어 감사원 출신을 또다시 민정수석에 내정한 것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을, 민정수석이 공직기강을 챙기는 기존 구도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 작업에 계속 힘을 싣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환경 전문가인 김제남 비서관을 승진 발탁한 것은 ‘그린 뉴딜’을 강조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인사는 청와대 쇄신 요구와 동떨어진 게 사실이다. 청와대 정책조율 기능 부재는 부동산정책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그린벨트 해제, 서울 도심 아파트 용적률 완화를 둘러싼 여권 내 엇박자와 혼선이 대표적인 예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의 다주택 해소를 둘러싼 논란은 정무적 판단 부재와 기강 해이가 맞물린 참사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청와대가 부동산 문제를 부추겼다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의 정책조율, 정무적 판단, 내부 기강 등에 두루 빨간불이 켜진 터에 쇄신 없이 기존 국정운영 틀을 고수하겠다고 하면 시민들이 납득할까.

노 실장과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외숙 인사수석은 일단 유임됐다. 노 실장도 교체하기로 가닥을 잡았으나 후임 인선 때까지 직을 유지한다는 시한부 유임론, 마땅한 대안이 없어 노 실장 체제를 당분간 끌고 간다는 대안 부재론이 엇갈린다. 대통령비서실을 총괄하는 노 실장을 재신임하면서 청와대 쇄신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경제와 민생을 지키는 데 작은 소홀함도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더욱 겸손하게 자세를 가다듬고, 부족한 부분을 되돌아보면서 무한책임의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현 상황을 그만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청와대가 부동산 민심에 부응하고 국정 컨트롤타워 기능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더욱더 과감한 쇄신이 있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비서실과 정책실을 아우르는 청와대 전면 개편을 통해 국정을 쇄신하고 집권 후반기를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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