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안정적ㆍ체계적 대통령 원해"
민주당 '집토끼' 진보층 이탈 우려도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달 28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윌밍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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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대선이 다가오면서 미국 경제의 중심지 월스트리트가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줄을 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허 국정운영 스타일에 질린 탓이 큰데, 바이든 입장에서도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금융 권력의 손을 덥석 잡았다간 핵심 지지층인 진보 유권자들의 이탈을 초래해 ‘독이 든 성배’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올 들어 월스트리트 금융가들이 바이든에게 총 4,400만달러(약 522억원)를 기부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트럼프 대상 기부액은 900만달러로 바이든의 5분의1에 그쳤다. 월스트리트의 행보는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다. 금융 자본가들이 언제나 공화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취임 후 줄곧 친(親)기업 정책을 표방한 트럼프 행정부에 등을 돌린 꼴이 됐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가 내재한 불확실성에 있다. 제임스 애트우드 칼라일그룹 이사는 NYT에 “월스트리트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을 해고했다”고 잘라 말했다. 바이든이 당선돼 세금을 인상하고 금융계에 대한 감시ㆍ감독을 강화해도 보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대통령을 바란다는 것이다. 헤지펀드 바우포스트의 창업자인 세스 클라먼 역시 “경제적 단기 이익보다 민주주의를 선택하는 사람들을 여럿 봤다”는 말로 매사에 독단적인 트럼프의 국정운영을 꼬집었다.
하지만 바이든도 나름의 고민은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자 등 당내 진보 세력은 월스트리트를 타도해야 할 ‘자본권력의 본산’으로 보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낙선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선거 직전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클린턴 전 장관이 월스트리트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는 내용을 담은 클린턴 캠프 측 이메일을 폭로했다. 샌더스 지지층은 즉각 클린턴 보이콧 운동에 착수했고 결국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바이든 캠프도 일단 월스트리트 지지에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티제이 더클로 캠프 대변인은 “바이든 후보는 미국이 월스트리트 금융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신문에 말했다. 물론 월스트리트도 바이든을 완전한 우군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월스트리트를 겨냥해 강도 높은 규제를 공언한 인물이 바이든의 러닝메이트가 될 경우 언제든 돈줄을 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NYT는 “월스트리트가 바이든에게 지갑은 열었지만, 아직 마음을 주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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