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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 패스트트랙 기간 단축 법안, 공수처 출범 위한 ‘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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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이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처리 기간을 75일로 줄이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가 충돌하는 법안을 신속 처리하기 위한 현행 패스트트랙은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자동 상정 60일 등 최장 330일이 걸린다. 개정안은 이를 상임위 60일, 법사위 15일로 단축하고 이후 첫 본회의에 법안을 자동 상정하도록 했다. “국회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라지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꼼수다.

여당의 21대 국회 당론 1호가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이었다. 소위원회 설치·개회 의무화, 회부 순서에 따른 안건 심의 등을 명시했다. 지금 국회 실상과 거리가 멀다.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거대여당은 법안소위 구성·심사는커녕 반대토론조차 없이 부동산 관련 입법을 강행 처리했다. 7월 임시국회에선 상임위마다 여당이 발의한 법안 일부만 뽑아 상정하는 ‘핀셋 상정’도 자행했다. 그렇게 처리된 법안들이 졸속이다보니 연일 땜질식 대책이 이어져 국민의 공분을 산다. 일하는 국회를 표방한 여당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민생’을 앞세운 부동산 관련 입법과 달리 권력기관 개혁과 맞물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련 법안은 힘으로 밀어붙일 명분이 약하다. 그런데도 여당은 야당몫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추천권(2명)을 빼앗겠다며 야당 압박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공수처법 개정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까지 언급했다. 공수처법을 고쳐 야당 추천위원을 줄이거나 7명 중 6명인 후보추천 의결 정족수를 낮추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야당에게 추천권을 준 건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패스트트랙을 손보려는 건 법을 바꿔서라도 여권 입맞에 맞는 공수처장을 임명하겠다는 저의가 담겨 있다.

9월 정기국회에서 공수처 관련 법안은 물론 권력기관 개혁을 명분 삼은 국정원법·경찰청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정청은 검찰의 직접수사 유형을 6대 범죄로 제한하고 그 대상도 4급 공무원에 한정하는 권력수사 무력화 방안을 내놨다. 심지어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친여 성향 검사들을 대거 전진 배치하면서 ‘인사가 만사’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이러다간 권력기관 개혁이 길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입법독주’ ‘꼼수정치’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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