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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엑스맨’ 내일 개봉, “울버린은 야생 이미지가 부족하지 않은가”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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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래 전 ‘이날’] ‘엑스맨’ 내일 개봉, “울버린은 너무 말라 야생 이미지가 부족하지 않은가”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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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8월 11일 경향신문 영화면에 실린 영화 <엑스맨> 개봉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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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오늘 경향신문 섹션 매거진X의 영화면에는 머리기사로 ‘현란한 특수효과 만화 같은 블록버스터·SF영화 엑스맨 내일 개봉’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원작 만화가 오랜 기간 동안 인기를 끌어온 <엑스맨>을 처음으로 영화화한 작품이 개봉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유주얼 서스펙트>를 연출했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특수효과 외에도 묵직한 주제 의식이 깔려있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당시 기사 내용 중 일부를 옮겨봅니다.

수천 개의 동호회 사이트가 있는 만화 ‘엑스멘(X-men)’을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감독의 심정은 두려움 반, 설렘 반이었을 것이다. 익숙한 스토리는 흥행 안전판이 될 수도 있지만 원작 훼손 비난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 결론적으로 스물아홉에 ‘유주얼 서스펙트’로 천재감독 소리를 들으며 등장한 브라이언 싱어의 연출솜씨는 ‘엑스맨’에서도 여전히 유효했다.

(중략)

차가운 금속성 화면에 이마까지 가던 총알이 초능력에 의해 박히지 않고, 이마 앞에서 빙빙 도는 모습 등의 장면에 관객들의 입은 절로 벌어질 만하다. 블록버스터의 진부한 특수효과가 보여주는 ‘과장’에 지친 관객이라면 ‘매트릭스’ 이후 가장 반가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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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 휴 잭맨이 2013년 7월 15일 서울 한남동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더 울버린 3D> 기자회견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 20세기 폭스코리아 제공


기사에 소개된 것처럼 ‘현란한’ 특수효과를 이용한 액션신과 매력적인 캐릭터들 덕분에 당시 관객들은 엑스맨 시리즈의 1편이 된 영화 엑스맨에 열광했습니다. 엑스맨을 영화로 처음 접하는 관객들은 물론 원작 만화의 팬들 중에도 많은 이들이 이 영화에 만족했던 것입니다. 이 영화는 이후 20년 동안 제작된 엑스맨 시리즈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엑스맨이 액션영화의 외피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인종 차별이나 소수자 배제 문제 등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개봉 전날 경향신문 기사에서는 그런 측면을 아래와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싱어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은 무엇보다 이 만화 같은 영화에 디스토피아-유토피아, 인간소외 같은 묵직한 주제가 만만찮게 깔려있다는 사실이다. 울버린의 과거를 2차대전 당시와 연결시키는 오프닝은 ‘우월하다는 것과 선하다는 것이 양립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이 영화를 관통할 것임을 암시한다. 오랜 친구이자 숙적인 두 고수 사비에르와 매그니토가 체스를 두며 선문답 비슷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열린’ 엔딩 역시 오프닝의 주제의식을 한번 더 심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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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개봉한 <엑스맨:최후의 전쟁>의 포스터.


액션과 주제의식이라는 요소 외에 엑스맨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끈 이유 가운데 강렬하고, 독특한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한다는 점을 빼놓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울버린, 프로페서X, 매그니토, 스톰 등 다양한 능력을 지닌 돌연변이들이 등장해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휴 잭맨이 연기한 ‘울버린’은 여러 시리즈에서 주역을 맡았고, 단독 주연의 영화가 제작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캐릭터였습니다. 울버린 하면 휴 잭맨, 휴 잭맨 하면 울버린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휴 잭맨의 울버린은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휴 잭민이 울버린 역할에서 떠난 이후를 우려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휴 잭맨은 2017년 개봉한 영화 <로건>에서 마지막으로 울버린 역할을 맡았고, 더 이상 울버린 역할을 맡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처럼 휴 잭맨과 울버린이 일체화된 이미지를 만들기 전 원작 팬들은 휴 잭맨이 울버린 역할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우려했다는 부분입니다. 당시 기사에 언급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화 마니아들이 보기에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울버린은 너무 말라 원작의 야생 이미지가 부족하지 않은가, 매그니토의 카리스마가 원작에 비해 약하지 않은가 등등. 여기에 싱어 감독이 너무 할리우드적으로 되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비판도 물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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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건>의 한 장면. 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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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엑스맨은 성공적인 시리즈로 자리잡았고, 휴 잭맨은 오랫동안 엑스맨 팬들에게 기억될 울버린 캐릭터를 창조해 냈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울버린 역을 맡은 <로건>을 보며 많은 팬들이 영화 속 울버린의 노화에 가슴 아파했고, 그의 죽음에 눈물을 짓기도 했습니다. 치매에 걸린 프로페서X와 상처가 회복되지 않는 울버린의 모습에 ‘한 시대가 끝나가는 것 같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영국은 물론 세계의 어린이, 청소년 들이 <해리 포터>시리즈와 함께 성장했다고 느낀 것처럼 엑스맨 팬들 중에는 <로건>을 보면서 울버린이 약해져 가는 모습, 그리고 딸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통해 세월의 흐름과 자신의 변화, 가족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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