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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충무로에서] `홍콩 엑소더스`와 행정수도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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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태국 방콕, 싱가포르, 일본 도쿄 등을 검토한 결과 한국이 해외 기업에 우호적이며 언론이 독립돼 있고, 아시아 관련 주요 뉴스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14일 홍콩사무소 일부를 서울로 이전하겠다고 결정하면서 밝힌 내용이다. 지난달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대우를 폐지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홍콩 엑소더스'(대탈출)가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을 대표하는 언론사로 유명한 NYT의 이번 결정은 상징성이 높아 미디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계의 '서울행 선택'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잘 알려져 있듯이 홍콩은 다국적 기업들이 아시아 지역 본부를 많이 두고 있는 대표적인 '허브'다. 홍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아시아 지역 본부만 1541개에 달한다.

외국 기업들의 '탈(脫)홍콩'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이 중 일부만이라도 서울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국제화 등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NYT가 밝힌 내용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홍콩 엑소더스'를 계기로 주요 아시아 국가들 간 기업 유치 경쟁이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NYT의 '서울행 선택' 이후 한국은 오히려 거꾸로 가는 분위기다.

현재 서울은 '행정수도 이전' 이슈에 휩싸여 있다. 지난달 20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 필요성을 주장한 이후 여당은 이 이슈를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홍콩을 떠나 서울로 이전을 검토하던 외국 기업들 시각에서 보면 갑자기 터져 나온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서울은 영어가 공용어인 싱가포르 등에 비해 국제화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이 '홍콩 엑소더스' 기업 유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모든 장점을 한곳으로 끌어모으는 것도 부족할 수 있는 상황에서 거대 여당은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서울 쪼개기'에 불을 지폈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덮기 위한 '카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NYT는 아시아 시장 판도를 뒤흔들 '홍콩 엑소더스' 시대에 '선물'을 서울에 안겨줬다.

현 정부는 이를 활용하지 못한 채 스스로 불확실성만 키우는 것이 아닌지 자문해봐야 할 때다. 기업 유치와 국제화는 '구호'만으로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

[국제부 = 장용승 영문뉴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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