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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매경포럼] 기술전환기 두 엔진은 `대기업`과 `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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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해외에 거주 중인 지인 두 명과 안부 전화를 했다.

베트남에서 사업하는 지인은 "중국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중화학공업을 비롯한 기간산업을 키운 한국을 부러워하는 베트남 사람이 참 많다"고 전했다. 중국이 베트남을 경제적으로 앞선 만큼 베트남은 한국처럼 고도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만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지인은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이런저런 비난을 받지만 대만은 반도체회사인 TSMC를 제외하고 변변한 대기업이 없어 대규모 투자도 어렵고 글로벌 인재 확충에서도 불리하다"며 "한국을 부러워하는 대만 기업인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산업전환기에는 대기업이라서 가능한 대규모 투자나 대형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많다고 강조했다.

물론 대기업만으로는 성공적인 기술전환을 이루기에는 부족하다. 다윗처럼 작고 빠른 벤처기업들이 전통산업의 맹주들을 잇달아 추월하는 상황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전통적인 자동차업계 강자인 도요타의 시총을 넘어섰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엔비디아 시총도 반도체의 상징으로 불리는 미국 인텔을 추월했다. 온라인 결제서비스 업체인 페이팔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총을 뛰어넘었다.

기술 플랫폼이 바뀔 때는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곧바로 도태된다. 이는 '최신형 쥐덫의 몰락'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쥐덫을 만드는 회사들이 잇달아 신제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쥐약이 시판되면서 쥐덫을 찾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사람들이 쥐 사체를 덫에서 꺼내서 버려야 하는 만큼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술 전환기에는 새로운 기술로 재빨리 옮겨가지 못한 기업과 국가는 몰락한다.

지금 한국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위정자들은 어떤가.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번 정권 사람들은 과거 문제 처리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미래를 대비하는 데 써야 할 국가적 에너지와 국민적 관심을 '적폐청산'에 소진했다. 또한 친노조 정책과 각종 규제로 기술전환기에 주도적 역할을 할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금과 같은 기술전환기에 위정자가 할 일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대기업과 벤처라는 2개 엔진을 활용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대형 투자 여력이 있는 만큼 이를 잘 해내도록 격려해야 한다. 벤처기업은 독창적 아이디어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대기업 중심의 기존 시장에서 '메기'처럼 파괴적 창조를 이룰 수도 있다. 정부는 벤처기업이 '타다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할 큰 판을 만들어줘야 한다.

둘째, 민간기업이 하기 어렵지만 국가 앞날을 위해 필요한 일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당장 시급하지는 않지만 국가를 위해 장기적으로 중요한 일을 찾아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홍콩을 떠나려는 기업과 개인이 크게 늘었는데 이들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우리는 홍콩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으며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에 비해 안전하다는 점을 내세워야 한다. 적극적인 홍콩 기업을 유치하면 한국이 동북아시아 물류 허브로 도약하는 데 탄력을 받고 금융서비스 기능도 일부 흡수하는 게 가능해진다.

문재인정부에 남겨진 시간은 1년8개월이다. 대한민국 미래를 바꾸고 싶다면 정치인들은 현재 관심을 갖고 에너지를 쏟고 있는 일부터 바꿔야 한다. 대기업과 벤처라는 2개 엔진을 100% 활용해 국가 기술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이 쌍발엔진이 조화를 이루며 돌아간다면 대한민국이란 항공기는 높이 떠서 멀리 날아갈 것이다.

[김대영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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