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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유방암 증가율 세계 1위…고기 덜 먹고 잡곡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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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연구팀, 41개국 유방암 분석 결과
생활습관 개선하면 35% 감소
조기 발견 시 5년 생존율 95%
한국일보

서구화된 식습관, 비만, 만혼, 출산율 저하, 모유 수유 감소 등의 영향으로 한국 여성의 유방암 증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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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의 유방암 증가율이 세계 1위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앨버타 보건부 연구팀은 아시아ㆍ유럽ㆍ미국 등 41개 나라 44개 집단의 폐경 전과 후의 유방암을 분석한 결과, 한국 여성의 연평균 유방암 증가율이 각각 5.8%와 5.0%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일본(3.2%, 5.0%), 태국(1.9%, 4.0%) 순이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랜싯 글로벌헬스’에 실렸다.

국내 5대 암(유방암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가운데 유방암을 제외한 다른 4대 암은 2011년 이후 줄고 있는 반면 유방암만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가암등록사업보고에 따르면 2017년 새로 발생한 유방암 환자는 2만2,230명으로 전체 여성암의 20.3%다. 국내 유방암 환자가 최근 10년 새 2배 이상 늘면서 2016년부터 갑상선암을 제치고 여성암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강영준 인천성모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교수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만혼, 출산율 저하, 모유 수유 감소,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 등이 유방암 증가 요인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정부의 암 검진사업 등으로 유방 촬영술을 통한 검진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방암, 대부분 40세 이후 발견돼


유방암은 대부분 40세 이후에 발견되며 나이가 들수록 발병 빈도도 높아진다. 특히 자녀가 없거나 적은 여성, 늦은 첫 출산, 모유 수유를 하지 않은 여성에게 많이 발병한다. 비만도 조심해야 할 요인으로 특히 폐경 후 비만은 위험하다. 방사선 노출, 고지방식, 음주, 환경호르몬 등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은 유관세포 증식을 촉진한다. 에스트로겐에 장기간 노출되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경구피임약, 폐경 후 호르몬 치료는 물론, 정상적인 생리 과정에서 작용하는 여성호르몬도 마찬가지다. 경구 피임약이 유방암 발병을 2배가량 높이지만 저용량 경구 피임약은 거의 위험하지 않다. 다만 무분별한 여성호르몬 제제의 사용은 삼가야 한다. 호르몬 치료 시 1년에 한 번 이상 유방암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유방암 환자 가운데 5~10% 정도는 유전적 요인, 즉 유방암에 관여하는 유전자와 관련 있다. 대표적으로 BRCA1, 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다. 이 경우에는 비교적 젊은 나이일지라도 암에 걸릴 수 있다.

가족력도 발병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 어머니나 자매 가운데 유방암을 앓은 사람이라면 둘 다 없는 사람보다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2~3배 높다. 어머니와 자매 모두 유방암 환자라면 위험성은 8~12배 늘어난다. 하지만 가족력 있는 유방암 환자는 10~15%밖에 되지 않아 가족력이 없다 해도 발병 위험을 간과하면 안 된다. 김은규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유방암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다행히 조기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5% 이상일 정도로 치료 성적이 우수하다”고 했다.
한국일보

유방암이 의심되는 여성이 암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유방 촬영 검사(맘모그라피)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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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곡밥 많이 먹을수록 유방암 위험 덜어


유방암은 발병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완벽한 예방법은 아직 없다. 하지만 유방암 위험 요인을 피하면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유방암의 35% 정도는 식생활과 관계가 있다. 이 가운데 지방 섭취량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전체 섭취 열량 가운데 지방 비율이 30%를 넘으면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동물성 지방 섭취는 줄이고, 녹황색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좋지만 무엇이든 골고루 맛있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자가 검진 및 정기 유방 검진이 유방암 조기 발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은 가슴은 작지만 섬유 조직이 많은 '치밀 유방'이 적지 않아 스스로 만지고 진찰하는 자가 검진이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다.

매달 한 번 정도 시행하고, 생리가 끝나고 3~7일 뒤가 적기다. 임신이나 폐경 등으로 생리가 없다면 매달 일정한 날을 정해 시행하면 된다. 이때 유방과 겨드랑이를 빼놓지 않고 꼼꼼히 만지는 게 중요하다. 한국유방암학회도 30세 이후엔 매달 자가 검진, 35세 이후엔 2년 간격으로 의사에 의한 임상 검진, 40세 이후엔 1~2년 간격으로 진찰과 유방 촬영을 권하고 있다.

유방암을 예방하려면 잡곡밥을 많이 먹은 것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신우경 서울대 의대 박사 연구팀이 2004~2013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40~70세 여성 9만3,306명(유방암 발병 359명)을 대상으로 6.3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다. 특히 50세 미만 여성은 하루에 3회 이상 잡곡밥을 먹으면 잡곡밥을 하루 1회 이하로 섭취하는 여성보다 유방암 발생 위험이 33% 낮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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