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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신생아 낙상 사망사고 은폐' 분당차병원 의료진 2심도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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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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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갓 태어난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려 사망케 한 사고를 2년 넘게 은폐한 분당차병원 의사들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최한돈)는 11일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분당 차병원 의사 문모씨와 이모씨에게 각각 징역 2년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병원 부원장인 장모씨에게는 징역 2년을, 분당차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성광의료재단에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2016년 8월 11일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를 옮기다가 떨어뜨리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고의로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바닥에 떨어진 아기는 6시간 만에 사망했다.

문씨는 산부인과 의사로 분만 과정 책임자였고, 이씨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떨어진 아기의 치료를 맡았다. 이들은 낙상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수술기록부에서 누락하고, 사고와 관련해 진행한 뇌초음파 검사 결과도 진료기록부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 역시 초음파 검사 결과를 없애는 데 공모했다. 사망한 아기는 병사(病死)한 것으로 처리돼 화장됐다. 사망진단서에는 사망의 종류가 ‘병사’, ‘외인사’, ‘기타 및 불상’ 등 세 가지로 구분돼 있는데 외인사나 기타 및 불상일 경우 부검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아기는 병사로 분류돼 부검하지 못한 것이다.

이들은 신생아의 출생 당시 몸무게가 1.13㎏에 불과하는 등 태어날 때부터 호흡곤란 등으로 위독해 병사한 것이라며 낙상사고와 아기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은폐하기로 공모한 적도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출생 때 몸무게가 1.13㎏의 극소 저체중아였다고 하더라도 낙상사고가 사망 위험을 증대시켰다는 것은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오히려 취약한 상황이던 아기에게 낙상이 사망의 더 큰 치명적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편중된 정보를 이용해 사고 원인을 숨겼고, 오랜 시간이 흘러 비로소 개시된 수사에서도 사실 관계를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대신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아기의 보호자와 합의했다고 해도 엄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의사 가운데 실제로 아기를 떨어뜨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 대해서만 실형 대신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죄책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 후에 보인 증거인멸의 행위가 훨씬 무겁다”고 했다.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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