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4개동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거래 급감…잠실동 106건→14건
거래 가능한 초소형 아파트 가격 급등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 출석,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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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정부가 집값 상승을 차단하기 위해 강남권 4개 동(洞)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집값 안정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주변지역이나 허가대상에서 제외된 소형아파트 값은 오히려 더 치솟는 등 풍선효과만 낳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 시장에 대한 투기 유입 차단을 위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주택시장에 무리하게 적용했지만 집값은 못잡고 거래만 잡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일선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에 따르면 6월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구 대치ㆍ삼성ㆍ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에서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급감했다. 허가구역 지정 후 이달 10일까지 대치동 12건, 삼성동 16건, 청담동 6건, 잠실동 14건의 거래가 있었다. 잠실동의 경우 지난 5월 한달간 106건의 거래가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거래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이같은 거래 단절은 실거주 목적 외의 주택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지면적(지분포함) 18㎡ 이상인 주택을 사려면 계약 체결 전에 관할 구청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를 받아도 바로 입주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뒤 현재까지 27건 접수돼 22건이 허가 처리됐다"며 "아직 불허된 건은 없다"고 말했다.
거래 자체가 막힌 만큼 해당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세는 주춤하고 있지만 집값 하락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149.4㎡는 지난달 16일 27억4000만원에 거래돼 6월에 비해 2억원 이상 올랐다. 리센츠 84.99㎡도 지난달 18일 22억5000만원으로 최고가(23억원)에 근접했다.
대지지분이 작아 허가 없이 매매가 가능한 리센츠 27.68㎡(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규제지역 지정 이전에는 주로 8억~9억원대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기본 10억~11억원대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평당 1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 지역 A공인 대표는 "소형 아파트의 경우 풍선효과에 대한 기대로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목적의 거래가 많다"고 전했다.
다른 공인 대표는 "임대차법 통과로 현 세입자가 최소 2년 이상 더 살 수 있게 된 만큼 매입한 뒤 실거주 할 수 있는 매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규제를 비켜간 인접 동 지역 아파트의 가격 오름세도 만만치 않다. 사실상 같은 잠실권임에도 법정동이 다르다는 이유로 허가구역에서 제외된 신천동 파크리오의 경우 모든 평형대에서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이 단지 84.97㎡는 지난 6월 중순까지만 해도 17억~18억대에 거래됐지만 잠실동이 허가구역으로 묶인 직후 실거래가가 20억원대로 급등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전체적인 서울 집값은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 거래를 인위적으로 막으면서 주변 시장만 왜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에는 거래 규제 강화 이후 허가나 자금조달계획서가 필요없는 경매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6.6%로 2018년 11월(107%) 이후 2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용산구나 강남권의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투자목적의 매매가 제한되는 만큼 실수요자나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거래절벽, 전세품귀, 인근지역 풍선효과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택금융연구원은 지난달 말 '주택금융 인사이트(Insight)' 보고서를 통해 "토지거래허가제로 해당지역의 주택매매 거래절벽이 나타나 전세물건 품귀현상과 송파구 신천동, 강남구 논현동 등 인근지역의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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