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이달 말까지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하거나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계 자동차 유통 스타트업 'HAAH'가 쌍용차의 막판 반전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채권단은 현재 쌍용차에 관심을 보이는 복수 외국계 기업 가운데 HAAH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국외 판매를 전제로 하는 만큼 '내수용 브랜드'란 쌍용차의 최대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쌍용차의 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HAAH는 마쓰다자동차와 볼보 미국법인 부대표를 지냈던 인물이 대표를 맡고 있는 등 북미 자동차 업권에서 경험을 쌓아온 인물들이 포진해 있는 회사로 알려졌다. 2014년 미국 시장에 중국 브랜드 차량을 수입해 이익을 내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도요타, 혼다, 폭스바겐, BMW 등 일본·독일 브랜드가 장악한 미국 수입차 시장에 새로운 브랜드를 싼값에 들여와 시장을 확장하겠다는 게 기본 전략이다. HAAH는 지난 2월 중국 체리자동차와의 기술 지원 협약을 통해 자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브랜드 '반타스(VANTAS)'를 2022년부터 북미 지역에서 판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체리차에서 설계한 플랫폼을 활용하되 차체 조립 등 공정은 미국 내 위치한 공장에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체리차가 HAAH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단 관계자는 11일 "중국 지리자동차와 비야디(BYD)가 관망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HAAH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체리차가 쌍용차 실사 과정에 참여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 실사의 주인공은 체리차가 아닌 체리차가 지분을 보유한 HAAH였다는 게 채권단 측 설명이다.
판매 부진과 자금난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쌍용차는 새 투자자 유치가 절실하다. 최근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추가 투자 계획이 없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운영자금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따라 이달 말까지 신규 투자자 유치와 유동성 확보에 모두 실패한다면 최악의 경우 쌍용차는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될 수도 있다.
쌍용차는 2009년 법정관리 당시 2600여 명을 구조조정했는데, 11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에 돌입한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의 지난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3899억여 원이다. 이 중 900억원은 최근 산은이 만기를 연장했지만,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빌린 돈은 각각 87억5000만원, 150억원이다. 특히 JP모건(899억9997만원), BNP파리바(470억원), 뱅크오브아메리카(299억9997만원) 등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차입한 자금이 1670억여 원이다. 이 자금은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 51% 초과를 조건으로 빌린 돈인 관계로, 새 투자자를 확보하면 지분 변동에 따라 상환해야 할 수 있다.
최근 1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쌍용차는 서울 구로 서비스센터와 부산 물류센터 용지 같은 비핵심 자산 매각 등으로 자금난의 숨통을 틔웠다. 단기차입금은 지난달 말 기준 1990억원으로 줄었다.
[정주원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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