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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초 나스닥에 상장된 '레전드바이오테크'.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를 개발 중인 이 회사는 당초 주당 18~20달러 선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 그러나 수요가 워낙 몰리자 주당 23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4억2380만달러가 모였다. 올해 상반기 나스닥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 중 최대 규모다. 상장되자마자 이 회사 주가는 첫날 60% 올랐다. 레전드(Legend)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한 셈이다. 최근에 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10일(현지시간) 종가는 31.49달러로 상장 시보다 37% 높은 상태다. 6월에만 바이오 분야에서 14개 IPO가 미국 증시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 사태로 무제한적으로 풀린 돈이 바이오 기업으로 쏠리고 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금융정보 기업 딜로직 통계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서 IPO를 통해 총 94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5년 이래 최대 규모다. 바이오 기업 IPO가 가장 활발했던 때는 2018년이었고 65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는 8월 초까지 실적이 2018년 전체 기록보다 45% 더 높은 셈이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여도 바이오·의학 분야기만 하면 전례 없이 돈이 몰리고 있다. 암 치료제 개발 회사인 '레볼루션메디신'은 올 상반기 IPO로 2억3800만달러를 끌어모았다.
신규 IPO 외에 이미 상장된 기업들의 유상증자 실적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상장된 바이오 기업들은 올해 들어 8월 초까지 유상증자를 통해 32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장된 이후에 주가가 내려가는 기업이 거의 없을 정도로 활황이다. 올해 상장된 바이오 기업들 주가는 첫날 평균 34% 올랐다. '포마세러퓨틱스'는 나스닥에 상장된 첫날 64.4%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이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가자 시가총액이 올해 초 70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급증했다.
하반기에도 바이오 기업 IPO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큐터스메디컬'은 10일 주당 18달러에 IPO 계획을 마감하면서 1억8260만달러를 조달하게 됐다. 지난 6일부터 거래가 시작된 이 회사 주가는 10일 27.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는 부정맥 치료를 위해 심장 속 심실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치료제보다는 의료장비 기술을 가진 기업들까지 상장은 물론 상장 직후에도 기업가치가 급상승하는 추세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독일 백신 전문기업 '큐어백'은 이달 14일께 나스닥에 상장될 전망이다. 총 1330만주를 시장에 내놓아 1억9950만달러를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지난 3월 독일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큐어백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독점권을 갖고자 인수나 권리이전 같은 방식으로 회사를 장악하려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달 진행될 IPO에서 가장 관심을 끌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바이오 관련주들은 투자자들이 물량만 확보하면 단기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이렇게 바이오 기업들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미국이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제로금리 정책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려는 데 따른 영향이 가장 크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바이오 분야라면 거의 묻지마 식 투자에 나서는 셈이다. 다만 바이오 기업 주가는 핵심 제품 개발의 성패에 따라 크게 출렁이기 때문에 투자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특히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른 주식들은 조정 장세가 오면 더 크게 하락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월스트리트의 한 주식 브로커는 "최근 일부 종목의 과열 현상은 로빈후드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가 크게 늘어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며 "기업 실적과 전망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없이 바이오 분야라고 무조건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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