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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안팔리는 빌라때문에…졸지에 2주택 세금폭탄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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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대책 후폭풍 ◆

매일경제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등 주택 보유세를 크게 높인 가운데 매매가 원활하지 않은 빌라 소유자들이 꼼짝없이 세금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서울 은평구 녹번동 일대 빌라단지 전경.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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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빌라 중개를 오래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다들 빌라 팔아 달라고 난리입니다. 낡고 작은 이 빌라를 팔아야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대출 나온다고 하는데, 빌라가 팔려야 말이지요."

11일 인천 남동구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김 모씨는 "(집주인에게)빌라 팔렸느냐는 전화가 끊임없이 오는데 아무리 싸게 내놓아도 빌라를 사려는 사람이 없다"면서 "괜히 빌라 샀다가 난데없이 폭탄을 맞은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빌라 소유자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6·17 대책에 이어 7·10 대책까지 투기과열지구 확대, 대출 축소, 세금 인상 등 전방위적 규제가 가해지면서 빌라 소유자들이 처분되지 않는 빌라 때문에 꼼짝없이 세금 폭탄을 맞게 생겨서다. 게다가 6·17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로 새로 지정된 곳에서 분양권을 소지한 사람들은 1주택 처분 조건 시 규제 전 수준으로 대출받을 수 있는 '실수요자 구제 방안'이 시행됐음에도 빌라가 팔리지 않아 내 집 마련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빌라 보유자들은 "집값 상승 주범은 아파트인데 애꿎은 빌라도 똑같은 주택으로 보고 규제로 옥죄는 것은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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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대책으로 아파트 외에 빌라까지 보유한 사람들이 '다주택자'로 분류되면서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 정부·여당은 "집을 여러 채 가진 데 대해 고통을 느끼게 해야 한다"며 3주택자나 조정지역 내 2주택자, 법인에 대해 세율을 대폭 강화했다.

문제는 빌라가 주택으로 분류되면서 상속 등 피치 못할 이유로 빌라를 소유한 사람들이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이 모의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마포래미안 푸르지오 1채(전용 59㎡)를 보유한 사람은 올해 보유세 192만원, 내년 245만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이 사람이 부모님에게 공시가 4억원인 빌라 1채(서울 소재)를 상속받았을 때에는 조정지역 내 2주택자로 분류돼 올해 보유세 674만원을 내고, 내년에는 1552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빌라 1채를 더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내년에 1000만원 훌쩍 넘는 보유세를 내야 하는 셈이다.

임대 목적인 빌라를 여러 채 보유한 법인 임대사업자는 세금 폭탄에 절규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조세저항 집회에서는 다가구·오피스텔 8칸을 보유한 부부가 내년부터 해마다 5000만원씩 종합부동산세를 내게 된 사연이 소개돼 주목받았다. 정부가 7·10 대책을 통해 법인 임대사업자에게 보유 주택 공시가격 총액 7.2%에 해당하는 종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공시지가 합산액이 6억7000만원가량인 8채를 보유한 이 부부는 올해 종부세 41만원을 내지만 내년부터는 4800만원 가까이 내야 한다.

지난 6·17 대책에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조정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수도권 빌라 소유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빌라에서 살다가 넓고 깨끗한 새집으로 이사를 가려고 분양받은 사람들은 빌라를 처분하지 않으면 규제 적용 후 대출한도(주택담보대출비율·LTV) 수준을 적용받는다. 비규제 당시 입주 때 시세 대비 60~70% 대출이 가능했지만 갑자기 규제지역이 되면서 LTV 한도가 40~50%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 정부가 무주택자, 1주택 처분자들에 한해 종전 대출 규제를 적용한다고 구제 방안을 내놨지만 문제는 낡은 빌라가 쉽사리 팔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천 남동구 주부 이 모씨는 "가격을 내리라고 해서 5년 전 샀던 가격으로 내놨는데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 결혼할 때 월세 사느니 싸게 나온 빌라 살자고 해서 매매했는데 정말 이렇게 큰 폭탄이 될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부모님이 거주하는 지방에 한 채, 거주용 한채 총 두채 빌라를 소유한 박모씨는 "운좋게 청약에 당첨돼서 기뻤는데 두 채를 다 팔아야 (종전 규정 적용으로)대출을 받아 잔금을 맞출 수 있다. 빌라 하나 팔기도 버거운데 두채를 어떻게 다 정리할 수 있겠냐"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단지 최근 공급대책 등으로 호재가 있는 신축 혹은 재개발 빌라는 거래가 꽤 된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집계 중반을 넘긴 서울 지역 7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6369건으로 2008년 4월(7686건) 이후 12년 3개월 만에 최대치다. 아파트 등을 규제하니 '풍선효과'가 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빌라 거래 급증은 실수요가 풍부한 서울에서 신축 혹은 재개발 물건 인기 탓이란 분석이 많다.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대한 '반사효과'다. 7월 빌라 거래량 6369건중 3279건(51%)이 준공 10년 이내 신축·준신축 빌라다. 또한 13%(857건)는 올해 지어진 최신축이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골목 골목 신축 빌라가 엄청 들어섰다. 신혼부부가 대부분 수요"라고 했다. 아파트값이 더 오르면서 접근이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빌라로 수요가 이동한 것이다. 재개발 물건지도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가격과 거래 모두 늘고 있다. 정부가 서울 도심에 주택공급을 확대 방안으로 공공 재개발 카드를 꺼내면서 사업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빌라, 다세대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서울 성북1구역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빌라 전용 57㎡은 호가가 두달새 1억원 가까이 올랐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축·재개발 중심으로 빌라 거래가 느는 것은 맞지만 그외 지방, 수도권 빌라는 가격하락과 매물 적체를 보이고 있다"면서 "빌라, 아파트, 지역에 따라 실수요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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