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가구 1000만 시대에 이르며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이른바 '펫팸족'이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법인 동물보호법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 물림 사고 등 문제를 해결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소방청 '2020년 상반기 동물·곤충 사고 부상' 자료에 따르면 개로 인한 인명 피해로 소방청이 출동한 건수는 올해 상반기 512건에 달했다. 하루에 약 3명이 개로 인해 피해를 입는 꼴이다. 최근 3년 동안 2017년 2405건, 2018년 2368건, 2019년 1566건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사망 사건과 부상·분쟁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개 물림 사건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 골목길에서는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맹견 로트바일러가 주인과 산책하던 소형견을 물어 죽이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을 빚었다. 문제의 개가 같은 패턴의 사고를 5번 일으켰다는 지역 주민 증언이 나오면서 견주를 규탄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사건 가해자 견주는 개를 못 키우게 해달라'는 청원에 이날 기준 약 5만8000명이 동의했다.

사고 피해자들은 반려동물에 의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원만하게 해결할 법적 체계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다른 반려동물의 공격으로 본인 반려동물이 생명을 잃는 경우 마땅한 보상책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맹견이 목줄이나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착용하지 않아 사람이 숨지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사람이 다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한다. 그러나 반려견과 외출 시 목줄 착용이 의무화된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바일러로 5종에 불과하다.

또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이 사망하면 현행법은 동물을 '소유물'로 봐 상해·사망에 이르더라도 단순 재물손괴만 적용할 수 있어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정도다. 이마저도 고의성 입증이 어려워 주인의 부주의나 과실로 다른 반려동물이 상해·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을 때 사람에 준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주인 스스로 갈등을 줄이기 위해 기본예절인 '펫티켓'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 매개 활동을 전문으로 하는 사단법인 위드햅 김진 대표는 "많은 견주가 '우리 개는 안 문다'고 말하지만 안 무는 강아지는 없다"며 "산책을 나갈 때는 리드줄을 꼭 착용하는 등 기본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