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질주에 투자자들에게 분산투자나 중위험 상품은 소외되고 있다. 높아지는 투자자들 눈높이와 위험 성향을 못 맞춰서다.
1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액티브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7800억원이 빠져나갔다. 펀드는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해 직접투자에 비해 변동성과 리스크가 작다는 장점이 있지만, 투자자들은 이번 강세장에서 리스크를 떠안고 개별 종목 직접 베팅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기가 높았던 주가연계증권(ELS)도 찬밥 신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 달 새 원화 기준 ELS 발행 잔액은 38조2000억원에서 37조4000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달 ELS 신규 발행액은 1조9834억원에 그쳐 오히려 지난 6월의 2조1660억원보다 발행액이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30%에 미치는 수준이다. 작년 하반기엔 월별로 6조원 내외로 발행돼 왔지만 올 상반기엔 월별 2조원 이내로 시장이 급속하게 위축된 것이다. 그동안 ELS 신규 발행액은 증시 수준과 비교적 동조화돼 왔다. ELS 투자액은 보통 6개월~1년 조기 상환된 기존 ELS를 롤오버하는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증시가 급락하면 조기 상환액이 급감하고 녹인터치(원금 손실 구간 아래로 내려감)에 대한 우려로 신규 발행액이 줄어든다. 반대로 주식시장에 훈풍이 돌기 시작하면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가 적어지고 조기 상환액도 늘어나면서 신규 발행액은 늘어난다.
그러나 지금 코스피를 비롯해 글로벌 증시가 모두 올해 전고점을 경신하는 상황에서도 ELS 투자는 외면받고 있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올해 3월 ELS로 인해 외환시장과 단기자금시장에 큰 충격이 발생하면서 증권사들이 ELS 판매에 다소 소극적이긴 했지만 발행량이 계속 위축돼 있는 것은 의외다. ELS는 은행 예금 이자율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며 발행 잔액이 꾸준히 늘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ELS 시장 위축 원인을 추가 수익 실현 가능성이 작은 인컴형 자산의 한계로 지적한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올해 들어 성장주가 주도하는 주식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졌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수익률 기준은 예금 금리보다는 증시 상승률이 돼 ELS의 연간 4~6% 쿠폰은 매력적이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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