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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보수적 6070도 "주식 앞으로"…고객예탁금 7개월새 2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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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의 판이 바뀐다 ① / 코스피 2400 돌파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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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프라이빗뱅커(PB)에게 자산 관리를 맡겼던 김 모씨(60)는 지난달 만기가 도래한 은행 예·적금과 전세금으로 받은 돈에서 일부를 꺼내 주식을 3억원가량 샀다. 자녀에게 조언을 받아 우량주인 삼성전자와 함께 배당이 잘 나온다는 증권주, 최근 돈이 된다는 '언택트주'인 네이버를 선택했다. 호기심에 제약주에도 일부 돈을 묻었다. 김씨는 "부동산 외 자산은 대부분 PB의 조언에 따라 펀드나 이자율이 좋은 연금형 상품에 투자해놨는데, 배당도 받을 수 있고 환매도 바로바로 가능한 국내 주식이 나은 것 같아 처음으로 투자 방식을 바꿔봤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자본시장에 도는 돈의 방향을 바꾸고, 증시 주체를 개인으로 바꾸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들이 주식투자를 위해 넣어두는 예탁금은 작년 말 27조3932억원에서 지난 7일 기준 49조2196억원으로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10조~20조원대였던 예탁금 규모는 2020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40조원을 넘어섰고, 한때 50조원도 돌파했다. 6월 26일과 8월 3일 기록한 50조원대 예탁금은 1990년 주식시장이 개방된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부동산과 함께 '재테크'의 양대 축이었지만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주식투자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주식, 그중에서도 직접투자로 단기부동자금이 속속 몰리는 이유는 뭘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 동안 변동성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먹을 것'도 없었던 한국 증시가 코로나19로 1400부터 2400까지 오가는 극한의 변동성 장세를 보이면서 '차익 실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희망이 커진 것이 1차적인 원인이다.

2020년 코로나19는 '박스피' '재미없는 주식'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미지를 단숨에 바꿨다. 주식으로 돈을 벌 기회는 '큰 위기로 한 번 내려앉을 때'라는 교훈을 얻은 개미들은 코로나19로 1400대까지 추락한 주식에 대거 돈을 넣었다. 지난 3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유행으로 번지며 전 세계 금융시장이 무너졌을 때 코스피에서 한 달간 개인이 쓸어 담은 주식은 무려 11조원어치가 넘는다. 이후에도 순매수는 계속돼 3월부터 8월 10일까지 개인은 27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단순 차익 실현만을 위해서였다면 지수가 어느 정도 올라가면 돈이 다시 빠져야 하지만 초저금리 시대에서 개인의 선택은 달랐다. 1차 차익 실현 후에도 개미들은 또 다른 주식을 찾아 재투자하는 성향을 보였다. 예탁금이 줄지 않고 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나타낸다. 과거 은행 예·적금과 같은 성격으로 주식에 돈을 넣는 사람이 확 늘어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은행 보통예금 이자율은 1%가 채 안 된다. 막대한 유동성 공급으로 돈의 가치까지 없어진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어 아직까지 규제가 부동산만큼 강하지 않은 데다 삼성전자 등 우량주의 경우 은행 수준의 안전성을 갖고 있다고 개인투자자들은 판단했다.

은행 적금이나 펀드, 부동산 등이 '묶인 돈'이라면 주식은 그날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빼 현금화할 수 있는 돈이라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 다른 비상시국이 닥치면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갖고 있는 것은 상당한 메리트다. 현재는 달러가 약세지만 3월 코로나19 팬데믹 때 주식, 채권, 금 등이 모두 폭락할 때 달러값만 유지됐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여기에 일부 주식은 분기나 반기별로 나오는 배당도 매력적이다. 삼성전자는 분기별로 대략 3%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한다. 배당률이 높은 우선주는 5~6%까지 주는 경우도 있다. 또 과거 전문가들만 쥐고 있던 정보가 각종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등으로 빠르게 퍼지는 것도 개인들의 주식투자를 늘린 원인이다.

전문가들도 주식투자 열풍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오재열 중부대 교수는 "작년 말보다 현재 예탁금이 2배 가까이 늘어 5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것이 100조원까지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3050 중산층이 유동성은 풍부하고, 금리는 제로에 수렴하는 상황에서 과거 적립식 펀드 등에 넣던 돈을 주식 직접투자로 옮기면서 예탁금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인혜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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