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자 현대해상 하이플래너(59)가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한 것은 1998년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가 우리나라를 휩쓸고 가면서 잘나가던 남편 사업이 어려워지면서다.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이 하이플래너는 보험 영업에 뛰어들었다. 무더운 여름날에는 차가운 얼음물을 담은 아이스박스를 이고 지고 진주 시내를 돌아다녔다. 10년 넘게 가장 먼저 사무실 문을 열고 가장 늦게 퇴근한 사람도 그였다.
꾸준함은 이 하이플래너가 2011년부터 올해까지 '블루리본'을 10년 동안 받는 밑바탕이 됐다. 블루리본은 5년 연속 판매 실적은 물론 보험계약 유지율이 높고 불완전판매가 적은 우수 보험설계사에게 손해보험협회가 주는 인증이다. 올해 현대해상 보험설계사 1만5056명 중 단 298명(1.98%)만이 블루리본 인증을 받았다. 현대해상에서 10년 동안 연달아 블루리본을 받은 사람은 이 하이플래너가 처음이다. 이 하이플래너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몇 년 전 10년 동안 블루리본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했는데 꿈을 이뤘다"며 웃었다.
이 하이플래너 영업 비결은 '발로 뛰는 것'이다. 수천 명에 달하는 그의 고객 가운데 지인은 10명 내외다. 이 하이플래너는 "부산에서 나고 자랐는데 남편 따라 이사 온 진주에서 일을 시작했다"며 "'맨땅에 헤딩'한다는 생각으로 진주 시내를 돌아다니며 명함을 돌렸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더니 이제 고객들이 알아서 새로운 계약을 연결해준다. 한 달 계약 건수는 약 10~15건에 이른다. 매주 최소 2~3건 꾸준히 계약을 체결한다는 의미다.
높은 보험계약 유지율은 그의 실력을 보여준다. 이 하이플래너의 24개월 보험계약 유지율은 95%를 웃돈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무리한 계약을 맺은 고객은 보험을 중도 해지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계약 유지율이 높다는 건 이 하이플래너가 고객에게 필요한, 딱 맞는 보험 상품을 추천했다는 의미다. 이 하이플래너는 "처음 고객과 상담할 때 충분히 상품을 설명한 뒤 중간에 해지할 가능성이 있으면 가입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며 "보험은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고객 형편에 따라 맞는 보험 상품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직이 잦은 보험업계에서 20년 넘게 현대해상에서만 일한 점도 독특한 점이다. 이 하이플래너는 "그동안 이직 제의는 많이 받았지만 다 거절했다"며 "고객들이 저와 회사를 믿고 상품에 가입했는데 제가 고객 신뢰를 저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하이플래너는 비대면 시대에도 보험설계사는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손해보험을 중심으로 비대면 보험 가입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 하이플래너는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조언을 구하고 물어볼 곳이 필요한데 비대면으로 가입하면 담당자가 없다"며 "얼굴 한 번 안 본 사람과 전화로만 보험 상담을 하기는 어렵다"며 보험설계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고객들의 금융 지식을 채워주고 필요한 보험을 알려주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며 "가능할 때까지 현대해상에서 보험설계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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