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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음메~나 살았소' 합천에서 밀양까지 80km 헤엄친 소 무사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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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주인 "기적같은 일에 감사. 애지중지 키우겠다"

조선일보

11일 경남 밀양 하남읍 야촌마을 낙동강 둔치에서 발견된 암소. 약 80km 떨어진 합천군에서 키우던 소로 지난 폭우때 휩쓸려 온 것으로 추정된다. /밀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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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같은 일이죠. 앞으로 애지중지 키울 생각입니다.”

11일 오전 경남 밀양시 하남읍 야촌마을 낙동강 둔치. 소 한 마리가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몸에 별다른 상처도 없었다.

마을 주민 신고로 출동한 밀양시 농업기술센터 직원과 소방대원은 소 귀에 붙은 일련번호를 확인했다. 소의 귀표에 찍힌 일련번호를 전산으로 확인하면 면 단위까지 주소지를 파악할 수 있다.

놀랍게도 소의 고향은 이곳에서 약 80㎞나 떨어진 합천 율곡면 한 축사였다. 지난 7~8일 경남에 뿌린 폭우에 휩쓸려 떠내려 온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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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남 밀양시 하남읍 야촌마을 낙동강 둔치에서 발견된 합천 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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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소식은 소의 주인인 합천 율곡면 이도민(29)씨 축사에 전해졌다. 이씨는 몸이 편찮은 아버지를 돕기 위해 합천으로 내려왔다가 지난 폭우 때 소를 잃었다.

이씨가 밀양에서 되찾은 소는 86개월된 암소다. 그동안 7마리의 송아지를 낳아준 이씨 가족에겐 기특한 소였다.

이씨는 “집 주변에서 잃어버린 소를 한 두마리씩 찾고는 있는데, 밀양은 생각도 못했다”며 “어떻게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그곳까지 갔는지 정말 믿기지 않는다. 먼 곳에서 소를 찾아 준 밀양 주민과 관계자분들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소는 현재 건강상태가 양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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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남 밀양시 하남읍 야촌마을 낙동강 둔치에서 발견된 합천소. /밀양시


이씨 농장에선 모두 83마리의 한우를 키웠다. 지난 폭우로 대부분의 소가 떠내려갔는데, 현재 밀양에서 찾은 소를 포함해 58마리를 찾았다. 안타깝게도 13마리는 폐사했고, 나머지는 아직 못찾았다.

전 재산 같은 소 여러마리를 잃었고, 축사를 복구할 일도 까마득하지만 ‘기적’ 같은 소의 생환에 이씨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 소는 살을 찌워 파는 소가 아니고 번식우다. 앞으로 건강하게 보다 더 애지중지 키울 생각이다”며 “기적 같은 녀석이라 이름도 붙여줘야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밀양시 관계자는 “소가 생각보다 헤엄을 잘 친다”며 “다만 합천에서 밀양까지 온 것은 우리도 신기하다. 아마 낙동강 물길을 따라서 떠내려 온게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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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에서 사육중이던 젖소가 집중호우로 불어난 섬진강 물에 수십km를 헤엄쳐 광양에서 발견됐다. /연합뉴스


한편, 기적 같은 소의 생환은 전남 광양에서도 있었다. 11일 전남 광양시에 따르면 지난 9일 밤 다압면 신원리 섬진강 둔치에서 젖소 한 마리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광양시 구조 요청을 받은 119구조대가 젖소 귀에 달린 귀표 번호를 확인하니 남원시 송동면의 한 농장에서 사육하던 소였다.

광양과 남원까진 약 60㎞ 정도 떨어져 있다. 지난 7~8일 집중호우가 내려 섬진강 제방이 무너졌고, 남원 젖소 농장도 큰 피해를 봤다. 당시 축사가 침수하면서 사육 중이던 젖소가 물에 떠밀려 간 것으로 추정된다.

광양시 관계자는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가 극심한 농가들에 한 줄기 희망을 주는 소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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