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킹스맨' 3D 회의가 현실로, AR글래스 일상속으로 들어온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LG유플러스, 소비자용 AR글래스 출시

88g으로 가벼워...가격은 69만 9000원

성공하기 어려운 AR·VR, 코로나 이익 볼까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1층 전시장. 선글라스처럼 생긴 AR(증강현실) 글라스를 쓰자 유재석·이효리·비가 만든 혼성그룹 ‘싹쓰리’ 뮤직비디오가 재생됐다. 안경 다리 쪽에 탑재된 스피커에서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안경과 연결된 스마트폰을 조작하니 자유롭게 화면 위치를 움직이거나, 크기를 늘리거나 줄일 수도 있었다. 15분 정도 착용해도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러운 현상은 없었다. 뮤직비디오를 보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살짝 돌리자, 정면에 고정해둔 영상 화면은 사라지고 카카오톡창이 나타났다. 스마트폰 속 세상을 현실로 끄집어낸 느낌이었다.
조선일보

구글이 2013년 내놓은 '구글글래스'의 모습./구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G유플러스는 이날 중국 스타트업 엔리얼이 개발한 AR 글라스 ‘엔리얼 라이트’를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출시명은 ‘U+리얼글래스’고, 가격은 69만9000원이다. 그동안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2000달러(약 237만원) 이상 고가(高價)의 산업용 AR 글라스를 출시한 적은 있다. 하지만 일반 가정용으로 AR 글라스가 나온 것은 전 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88g의 초경량 AR 글래스

조선일보

U+리얼글래스/LG유플러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 첫 일반 소비자용 AR글래스는 어떨까. 직접 써본 결과 아직은 콘텐츠 다양성 면에서 한계가 뚜렷했지만, 앞으로 기대 되는 부분도 많았다. 일단 이 제품의 무게는 88g으로 기존에 출시돼있는 산업용 AR글래스(304~500g)보다 훨씬 가볍다. 내장 배터리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스마트폰과 유선으로 연결해 작동하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마우스·이어폰은 물론, 청소기 등 가전까지 ‘무선’으로 가고 있는 요즘 추세를 생각했을때는 일종의 역행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1시간넘게 안경을 착용해도 무리가 가지 않고, 평소에 휴대하기도 쉽다.

현재로선 이 기기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앱을 빔 프로젝터처럼 현실 배경에 띄워주는 수준이다. 안경을 쓰면 주변 건물의 시세가 보이거나, 찾아가는 목적지의 진행방향이 표시되는 식의 ‘증강현실’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단, 하반기에 제공될 예정인 미국 AR·VR 개발 업체 ‘스페이셜’이 내놓은 AR원격회의 서비스는 기대할 만 하다. 각자 다른 위치에 있는 사용자가 안경을 통해 하나의 ‘가상 회의실’에 모이게 해주는 서비스다. 내 사진을 이용해 만들어진 아바타는 내 실제 움직임과 표정을 그대로 표현해준다. 영화 ‘킹스맨’의 한 장면처럼 각기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이 가상 회의실에 모이는 3D 원격회의 서비스가 현실화된다는 것이다. 송대원 LG유플러스 미래디바이스담당(상무)은 “AR글래스 시장은 시작단계”라며 “향후 많은 앱이 접목되며 시장이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엔 AR글래스에 탑재된 카메라가 이용자의 손짓을 인식해 가상화면을 조작하는 기술도 본격적으로 서비스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AR글래스의 기능을 활용하려면 선으로 연결된 스마트폰은 ‘리모컨’ 처럼 써야해 다소 불편하다.

◇줄줄이 실패했던 AR·VR

조선일보

U+리얼글래스를 착용하고 거실에서 야구 중계를 보는 모습./LG유플러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G유플러스 측은 “한국이 AR 글라스 대중화의 ‘테스트 베드(시험공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LG유플러스의 AR 글라스 출시에 대해 글로벌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업의 성패가 AR 기기 대중화의 가능성을 판가름해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금까지 AR·VR(가상현실)을 통칭하는 ‘XR(확장현실)’ 기술은 ‘저주받은 기술’이라고 불릴 정도로 시장에선 철저히 실패했다. 2010년대 초반부터 XR은 고속 인터넷과 발전된 데이터 처리 기술 등을 발판 삼아 우리 삶을 바꿀 차세대 혁신기술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업적으로 성공한 모델은 한 건도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기기의 기술 혁신이 더뎠기 때문이다. VR 헤드셋은 수년째 중량 감소와 어지럼증 해결이라는 난관을 해결하지 못했다. AR 글라스 역시 배터리 사용 시간, 무게, 가격 등 여러 면에서 고전해왔다.

대표적으로 구글은 지난 2013년 말 ‘구글 글라스’라는 이름으로 세계 첫 AR 글라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이 제품은 비싼 가격과 무거운 무게, 낮은 활용도 탓에 출시 약 2년만에 자취를 감췄다.
구글 실패 이후 5년이 지난 지금도 시장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자체 운영하던 VR 온라인 플랫폼 ‘삼성XR’ 서비스를 올해 9월 30일 종료하고, 관련 앱에 대한 지원도 모두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4년 처음 내놓은 VR 기기 ‘기어VR’도 수년째 신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의 VR 기기 자회사인 ‘오큘러스’도 지난 6월 저가형 VR 헤드셋인 ‘오큘러스 고’의 판매를 중단했다.

기기의 발전이 지지부진하자 소프트웨어 개발도 시들해졌다. 대표적인 곳이 게임업계다. AR 게임으로 세계적 인기를 끈 게임은 지난 2016년 나이언틱이 출시한 ‘포켓몬고’가 유일하고, VR 게임 중에선 사례가 아예 없다.

◇코로나, XR의 운명 바꿀까
조선일보

U+리얼글래스를 쓰고 출근하는 모습./LG유플러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XR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달라졌다. 코로나가 XR 시장에 대격변을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확대되면서 XR 기술을 활용한 원격회의, 가상 교육 콘텐츠 소비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지난달 보고서를 내고 “AR·VR 업계는 2020년이 고통스러운 한 해가 되겠지만, ‘코로나 뉴노멀’ 속에서 미래 전망은 밝다”고 분석했다. SA는 코로나 영향으로 올해는 일시적인 매출 감소를 겪겠지만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올해의 6배(280억달러)로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글로벌 IT 기업은 잇따라 새로운 XR 기기 출시를 예고하고 나섰다. 애플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 아이폰 등 스마트 기기와 무선통신으로 연동하는 AR 글라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손짓만으로 AR 글라스를 작동할 수 있고, 가격은 499달러(약 59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도 올 2월 산업용 AR 글라스인 ‘구글 글라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2’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도 차량용 AR 글라스 기술의 특허를 출원했다. 안경을 쓰면 현실 도로 위에 내비게이션처럼 목적지까지 경로 정보가 뜨는 방식이다. 페이스북은 최근 VR 게임 스타트업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VR 기기 제조 자회사인 오큘러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 폭을 넓히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 살아남은 AR·VR업체 대부분이 B2C(기업대 고객) 시장이 아닌 B2B(기업 대 기업) 시장에 집중하는 가운데,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AR기기를 판매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준형 LG유플러스 5G서비스그룹장(상무)은 “코로나 '뉴노멀' 이후엔 원격수업, 원격회의를 비롯해 의사들의 원격진료까지 AR 기술이 활용되며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며 “사업분야를 차근차근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로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