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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홍콩보안법 소리없는 저항, 홍콩 개미들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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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국 언론매체인 빈과일보의 신문 뭉치가 11일 인쇄소에 쌓여 있다. 이 신문은 전날 사주 지미 라이가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는 장면을 1면에 싣고 "빈과일보는 계속 싸우겠다"는 내용의 헤드라인을 달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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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당국이 중국을 비판해 온 홍콩 빈과일보 창업주 지미 라이(黎智英·72) 회장과 언론사 경영진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사기 공모 등의 혐의로 체포하자 홍콩 안팎에서 언론 자유 축소를 우려하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홍콩에서는 빈과일보가 가판대에서 매진되고, 빈과일보 모(母)회사인 넥스트디지털의 주가가 급등했다. 홍콩보안법 시행에 불만을 가진 시민들의 '무언(無言)의 저항'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빈과일보는 11일 자 1면에서 사주인 라이 회장이 경찰에 체포되는 사진과 함께 "빈과(일보)는 반드시 버텨내겠습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홍콩 TV인 RTHK 등에 따르면 홍콩 일부 지역 신문 판매대 앞은 빈과일보를 사려는 시민들로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뤘고, 출근 시간이 되기 전에 신문이 다 팔린 곳도 있었다. 야당 지지자들이 빈과일보를 사서 거리에서 나눠주기도 했다. 평소 10만부를 발행하는 빈과일보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애초 35만부를 발행하려 했지만 독자들의 요구로 총 55만부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빈과일보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의 주가는 하루 사이 10배 이상 급등했다. 중국 당국이 라이 회장을 홍콩 내 반중(反中) 시위의 배후로 연일 공격하면서 최근 1년 새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는 넥스트디지털의 주가는 70% 하락했었다. 하지만 라이 회장 체포 당일인 10일 오전, 주당 0.08홍콩달러였던 주가가 급등해 11일 1.1홍콩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1.96홍콩달러로 치솟기도 했다. 11일 넥스트디지털 주식 거래액은 총 42억600만홍콩달러(약 6500억원)로 홍콩 증시에서 3위를 기록했다. 라이 회장 체포로 회사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매수세가 이어졌다는 분석과 함께 빈과일보를 지지하는 이들의 '응원 매수'라는 해석도 나왔다.

홍콩 경찰은 10일 아침 라이 회장을 체포한 데 이어 저녁엔 아그네스 초우(周庭·24) 전 데모시스토당 상임위원을 홍콩보안법상 분열 선동 혐의로 체포했다. 그는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시위(우산 혁명) 당시 학생 지도부 중 한 명이다. 그와 함께 시위를 이끈 네이선 로(羅冠聰·27·영국 망명)는 홍콩보안법으로 수배된 상태이고, 조슈아 웡(黃之鋒·24) 역시 체포 가능성이 크다.

홍콩 야권의 대부로 불리는 마틴 리(李柱銘·82) 전 민주당 대표는 11일 홍콩 명보 인터뷰에서 "머지않아 나도 체포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라이 회장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을 면담했다. 홍콩외신기자협회는 "(홍콩이) 새로운 어둠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홍콩 경찰이 10일 빈과일보를 압수수색하고 기자회견 하는 과정에서 홍콩 정부에 비판적인 일부 홍콩 언론과 외신의 취재를 제지한 것을 놓고도 논란이 됐다.

라이 회장 체포에 대해 미국 등 서방의 비판이 이어졌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10일(현지 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자유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에 대한 중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 공산당이 홍콩의 자유를 박탈하고 시민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추가 증거"라고 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홍콩보안법이 야권을 침묵시키는 데 쓰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UN 인권최고대표실 제러미 로런스 대변인은 "국제인권법과 홍콩기본법이 보호하는 권리 행사를 침해하지 않도록 (홍콩) 당국이 이번 사건을 재검토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홍콩 정부는 라이 회장 등의 체포가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경찰은 10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빈과일보 경영진이 해외 계좌를 이용해 반중 성향의 야권 단체를 지원한 혐의가 있다고 했다. 홍콩 내 친중 신문인 대공보는 라이 회장에 대해 "홍콩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물이자 (홍콩) 반대파의 돈줄이었다"고 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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