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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설] 규제 만능 부동산 감독기구보다 정책 전환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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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엊그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규제만능주의 우려가 일고 있다. 부동산 투기 시대를 끝내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함께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이 실효를 거두도록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계획대로 될지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지난 3년여간 20여 차례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폭등한 것은 규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시장에서 제기된 공급 부족 문제를 외면하고 수요 억제책을 고집한 데 따른 부작용이 컸다.

부동산 감독 강화의 기저에는 연이은 대책으로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기 시작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과연 그런가.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의 안정세는 거래가 줄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일지 모른다. 임대차 3법 강행 이후 전셋값도 떨어지기는커녕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당국이 이제야 공급 부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8·4 공급 확대책을 마련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재건축 조합이나 지자체와 조율, 시장조사도 없이 일방통행식 입안으로 첫발도 떼기 전부터 삐걱거린다. 정책 불신이 고조된 상황에서 감독기구를 설치해 투기를 감시한들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겠는가.

지금은 떨어진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려면 감독기구를 설치해 투기꾼을 잡아야 한다는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어난 이른바 '영끌' 주택 수요는 주요 지역에서의 아파트 공급 부족과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상승 작용한 결과다. 투기 수요도 있었겠지만 대세는 아니다. 그동안 수요 억제책을 쓸 만큼 썼는데도 집값이 안 잡힌 것은 주택수급 불균형을 맞추는 데 공급 확대가 긴요하다는 걸 여실히 드러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뒤늦게나마 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한시 유예한 것은 잘한 일이다. 세부담을 피하려는 다주택자가 기존 주택 매물을 쏟아내면 가격 하락과 시장 안정은 뒤따라 온다. 차제에 이미 나온 대책이라도 모순점을 찾아 공급을 늘리는 쪽으로 전환하며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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