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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설] 전국이 수해로 시름하는데 ‘4대강 정쟁’ 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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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 장마와 홍수 와중에 여야는 ‘네 탓 공방’

전문가들이 과학적·중립적으로 실태 따져야

중부지방 기준으로 지난 6월 24일 시작한 올여름 장마가 어제 역대 최장 기록(49일)을 갈아치우면서 폭우와 홍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이미 사망·실종자가 50명을 넘었고, 이재민이 속출하고 있다. 가옥과 농경지 침수로 거주 공간과 생업 터전을 잃은 국민은 지금 충격과 시름에 빠져 있다.

수해 복구 지원과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대책을 긴급히 마련해도 부족한 마당에 정치권은 4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사업을 정쟁의 소재로 또다시 소환했다.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지금의 제1 야당 측은 “4대강 사업으로 홍수 대응 능력이 높아져 피해를 줄였다”고 공치사하고 있다.

반면에 여당 측은 “4대강 사업은 홍수 예방 효과가 없다”며 4대강과 이 사업을 추진한 과거 정권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4대강의 홍수 조절 기능을 실증할 기회라고 말해 정쟁에 기름을 붓는 양상이다.

22조2000억원을 투입한 4대강 사업은 추진 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려다 여의치 않자 4대강을 단기간에 졸속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감사원이 4대강 감사를 네 차례나 진행해야 했다.

비록 논란이 많았지만 반복되던 최악의 가뭄 피해가 4대강 사업 이후 많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기록적인 장마와 폭우에도 4대강의 홍수 조절 기능이 과거보다는 개선됐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당시 환경단체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4대강 사업은 지천·지류 정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끝났고, 지천·지류 정비를 제대로 마무리했으면 이번에 홍수 피해를 줄였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 일각에서 4대강 보(洑)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금강 유역의 경우 여당 소속 단체장들조차 보 해체에는 반대한다. 4대강 사업으로 설치한 보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정부와 집권 여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제방이 부분 유실된 섬진강을 비롯해 정비가 제대로 안 된 하천에서 수해가 커진 원인이 어디 있는지, 댐 수위 관리 실패 등 유지·관리에 문제는 없었는지 따져보고 보완 대책을 찾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충고처럼 차제에 지류·지천 정비 사업과 홍수에 취약한 소하천 정비 사업을 그린 뉴딜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해 볼 만하다.

특히 4대강의 경우 적폐 청산 논리로 접근하지 말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 기구가 과학적·중립적 실태 조사와 재평가를 진행해 더는 정쟁거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만 탈원전 감사 논란의 복사판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탈원전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지적하자 정부와 여당은 정치적으로 불리하다는 이유로 감사 결과를 뭉갠 잘못된 전례가 있다.

예로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는 지도자의 핵심 임무였다. 자연재난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고 민생을 편안하게 하는 일은 그만큼 중요했다. 정부는 역대급 장마 탓, 과거 정부 탓, 4대강 탓만 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자연재난 사각지대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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