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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설] "집값 진정" "경제 선방", 대통령 자랑 듣는 국민 심정 헤아려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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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우리는 확장 재정에 의한 신속한 경기 대책과 한국판 뉴딜의 강력한 추진으로 OECD 경제성장률 1위로 예상될 만큼 가장 선방하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에도 최근 경제 상황을 "기적 같은 선방"이라고 했다. 외국과 비교할 때 우리 수치가 양호한 것은 사실이다. OECD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8%로 조정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이 같은 상향 조정은 우리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런 자화자찬을 듣는 국민 심정은 어떻겠나. 우리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이달 들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6% 감소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 재정수지 적자는 집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나 재정건전성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지난 5개월 새 국내 500대 기업 직원 수가 1만명 이상 급감하는 등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경제 현장에 총체적으로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는데 대통령이 나랏빚으로 만든 경제 수치를 국민 앞에 자랑할 때인가.

문 대통령은 전날에는 "주택 불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전방위적인 대책을 마련했다"며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고 있다"고 했다. 국민 체감과 동떨어진 인식이다. 현 정권 들어 23번의 부동산 대책 실패로 아파트 중위값은 52% 뛰었고,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6주 연속 상승세다. 최근 몇 달 새로 좁혀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여전히 오름세이고, 8월 첫째 주 전셋값 상승률은 34개월 새 최고였다. 전세 물건이 사라졌고 얼마 안 되는 매물은 값이 치솟는다고 서민들이 아우성이다. 분노한 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는데 대통령은 시장 혼란에 대한 유감 표명 한마디 없이 "진정되고 있다"고 한다. 혼자 딴 세상에 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현실과 동떨어진 말로 국민을 어이없게 만든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경기 하강세가 가속화되고 주력 제조업 침체가 뚜렷해지는 와중에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했다.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서민 경제가 얼어붙었는데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고, 세금으로 만든 노인 용돈 알바만 엄청나게 늘었는데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참모들이 대통령 눈과 귀를 가리고 거짓 보고를 하거나, 대통령이 제대로 된 보고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근거 없는 낙관론이 나온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느 경우든 심각한 문제다. 현실 인식부터 어긋나니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지 않고 헛발질 악순환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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