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인 35조원 규모 3차 추경이 처리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추경편성 논의가 제기됐다는 자체가 심각하다.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워낙 심각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나랏돈 씀씀이 행태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재난에 대비하도록 책정된 예비비와 관련기금을 선심 쓰듯 마구 뿌렸다. 여당은 기획재정부가 소득하위 50%를 대상으로 지급하려 했던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을 모든 가구로 확대했고, 예산이 모자라자 일부를 광역시·도에 부담시키기까지 했다. 지자체 비상기금에까지 손을 댔으니 나라 곳간이 성할 리 없다.
이재민을 위해 국가가 지원에 나서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추경 중독’이라는 비판을 부를 만큼 추경편성이 당연시돼서는 곤란하다. 이미 3차례 추경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3.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도 5.8%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4.7%) 수준을 넘어섰다. 적자국채를 찍어내 나라살림에 충당하다 보니 재정 건전성이 크게 위협받게 된 상황이다. “일단 쓰고 보자”는 식으로 나랏돈을 뿌린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반성해야 하는 이유다.
그제 어느 출판보고회 참석차 한자리에 모인 전직 고위 경제관료들 사이에서는 지금의 방만한 나라살림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단기 대응에 집착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빚을 늘리다간 대외신인도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나왔다. 개인이건 나라건 씀씀이가 헤퍼져 빚이 많아지면 신용이 위협받기 마련이다. 정부·여당은 4차 추경편성을 앞두고 그동안의 재정운용 방식에 잘못이 없었는지 되돌아보고 또다시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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