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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방사능·폭우…날씨 정보 해외서 찾는 한국인의 '기상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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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정보 관심 커질 때마다 해외 사이트 의존도 커져
정확도 불신…'오보청'이라는 비판 속 외면받는 기상청

최근 역대급 폭우로 날씨 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 기상청이 오보가 잦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국내 날씨 정보를 해외 기상 관련 사이트나 앱(응용소프트웨어)에서 확인하는 '기상 유랑민'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과거 기상 관련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종종 볼 수 있던 현상으로 국내 기상 정보에 대한 불신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국내 날씨 앱 이용 순위서 체코에 밀린 한국 기상청

한국일보

노르웨이 기상연구소가 운영하는 기상서비스 앱 'Y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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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기상청에서는 7월 중순쯤 "8월 초가 되면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11일 예보에서는 6월 24일 시작된 중부지방 장마가 오는 14일까지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당초 예측과는 이미 열흘 가까이 빗나간 것. 이번 여름을 두고 역대급 폭염을 예고하기도 했지만 외려 사상 가장 긴 장마에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도리어 폭염이 언제 시작된다는 것인지 의문을 갖는 이들까지 생기고 있다.

이미 '기상청 체육대회 날 비가 왔다더라' 식의 농담이 공공연했지만, 계속 비가 온다고 하다 하루쯤 맞힌다는 '인디언 기우제식 예보', 오보를 많이 낸다는 뜻의 '오보청', 예보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중계한다는 의미의 '날씨 중계청' 등 별명도 유독 많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날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지만 정작 기상청이 제공하는 정보는 타이밍도 정확성도 맞지 않는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날씨 정보를 해외 기상 사이트나 앱을 통해 찾아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한국 기상청보다 정확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다. 해외 기상청 공식 사이트는 물론이고 노르웨이의 'YR', 체코의 '윈디', 미국 '아큐웨더', 영국 'BBC웨더' 등이 대표적이다.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국내 날씨 앱 순위에서 이미 체코의 '윈디'는 한국 기상청 정보통신기술과에서 직접 제공하는 앱 '날씨알리미'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도...민감할 때면 '기상 유랑'

한국일보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 관련 현안 브리핑에서 2011년 4월 김승배 당시 기상청 대변인이 노르웨이 대기연구소가 제시한 오염 물질 확산 가능성에 대한 예상 대기 흐름을 설명하고 있다.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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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한국 기상청을 두고 해외 기상청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도 처음있는 일은 아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의 한반도 유입을 두고도 국민들은 해외 기상청 예보에 더 촉각을 곤두세웠다. 주부들이 많이 찾는 '맘카페'를 중심으로 온라인에 해외 기상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정보들이 알려지면서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퍼졌다. 당시 일본 기상청은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노르웨이,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기상청의 예측도 비슷했다.

국민들의 걱정이 커지자 기상청은 기자회견을 열어 처음에는 다른 국가의 예측과 같이 "후쿠시마 기류가 남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상륙할 수 있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태평양쪽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돼 직접 유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 같은 번복을 두고 기상청은 "해석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국 기상청의 설명에도 불구, 여론은 당시 유럽과 일본 기상청이 예측한 '직접 유입' 가능성에 더욱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반전이 나타났다. 이후 외국 기상청들이 한국의 분석과 유사하게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가 아닌 북동쪽 태평양으로 향할 것"이라고 기류 예측을 수정한 것이다. 이에 한국 기상청은 하루 2차례 기자회견을 여는 등 해외 기상 당국의 입장 변화를 국내에 적극 알리며 명예 회복에 나서기도 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solu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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